김형곤 마지막 글, ‘온 국민이 웃다가 잠들게 하라’
OSEN 기자
발행 2006.03.11 15: 00

시사 개그의 대명사 김형곤(향년 49세)의 11일 사망 소식은 연예계에 큰 충격을 던져 주고 있다.
김형곤은 1980, 90년대 한국 개그계를 이끈 거목이다. 대표작인 ‘회장님 우리 회장님’에서도 알 수 있듯 시사성 짙은 정치 코미디를 선보여 한국 코미디의 수준을 높인 주인공이다. 지난 2000년에는 무소속으로 국회의원 선거에도 출마할 정도로 정치 의식이 강한 개그맨이었다.
지난 해 김형곤은 중년 남녀가 즐기기에 알맞은 ‘엔돌핀 코드’라는 스탠딩 개그를 대학로에서 선보이기도 했고 최근에는 ‘김형곤의 엔돌핀 코드’라는 개그 에세이도 발간했다.
김형곤은 작년 엔돌핀 개그를 선보이기에 앞서 후배 개그맨들에게 따끔한 질타도 아끼지 않았다. 서슬 퍼런 군사정권 시대에도 통치자를 비꼬는 개그를 어려운 여건 속에서 했는데 최근의 젊은 개그맨들은 그런 사회의식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김형곤의 개그 철학은 사망 하루 전까지 집필한 미니홈피에 잘 나타나 있다. 고인은 최근 개인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대한민국이 웃는 그날까지’라는 개그 칼럼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게재 일이 사망 하루 전인 10일로 되어 있는 마지막 글의 제목은 ‘온 국민이 웃다가 잠들게 하라’였다.
‘25년 동안 방송에 몸담아온 방송인이지만 우리나라 방송에 불만이 많다. 사람은 모름지기 잠자리가 편해야 하는데 왜 그 시간만 되면 사람들을 괴롭히는가. 왜 온갖 강도 강간 사기꾼 패륜 불륜 조폭의 얘기가 잠을 자야 되는 심야시간에 다뤄져야 하는가. 10시에는 코미디 프로를 고정 편성해 국민들의 편안한 잠자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고인은 썼다.
다소 억지스러운 주장일 수도 있겠지만 개그와 웃음의 가치를 아는 의식 있는 희극인 다운 글이다. 고인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는 누리꾼들의 조의문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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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개그 프로그램 '폭소클럽' 출연 당시의 김형곤.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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