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쏭’과 희극인 김형곤의 삶
OSEN 기자
발행 2006.03.12 09: 42

왜 고인은 그 많은 노래들 중에서 하필이면 자우림의 ‘하하하쏭’을 골랐을까. 11일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고 김형곤의 개그 철학과 ‘하하하쏭’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하하하쏭’은 김형곤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배경음악으로 등록된 곡이다. 밝고 경쾌한 사운드와 함께 힘들게 이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우는 가사가 돋보이는 곡이다.
자우림 멤버 김윤아가 작사 작곡한 이 곡은 그러나 가사를 되짚어 생각하면 노랫가락처럼 그렇게 마냥 흥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는 노래다. 흥겨운 가락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힘들고 서글픈 현실이 바탕에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게 그대를 우울하게 만드는 날이면 이 노래를 불러보게’로 시작되는 ‘하하하쏭’은 짧은 평생을 굵은 희극인으로 산 김형곤의 삶과 맥이 닿아 있다. ‘비굴한 인생은 그대에게는 어울리지는 않는데, 당당히 고개를 들게 친구여 지금이 시작이라네’라는 대목은 남들 앞에서 당당하게 웃길 줄 알았던 고인의 생전 모습과 오버랩 된다.
고인의 홈페이지에 등록된 수많은 글 중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하하하쏭이 이렇게 슬프게 들릴 줄 몰랐다. 마치 고인의 유언처럼 들린다’.
충격적인 사망소식에 놀란 가슴을 안고 미니홈피를 찾았더니 고인은 오히려 흥겨운 ‘하하하쏭’으로 방문객을 위로하고 있었다. 죽어서도 ‘온 국민이 웃다가 잠들게 하라’고 소리치던 고인의 외침은 ‘하하하쏭’과 어울려 죽음을 슬퍼하는 이들의 가슴에 고동치고 있다.
‘하하하쏭’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마지막 유지나 다름없는 개그 칼럼 ‘온 국민이 웃다가 잠들게 하라’를 읽고 있노라면 웃음 뒤에 눈물을 감춰야 했던 ‘피에로’의 삶이 떠오른다.
전 국민을 상대로 ‘웃음’을 강조했던 그 이지만 정작 큰 웃음이 필요했던 이는 고인 스스로가 아니었을까.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야 한다는 사명감은 그에게는 또 하나의 스트레스였을 게다. 과하다 싶을 정도의 다이어트가 그에게 필요했던 사유도 스트레스였을 것이고 젊은 후배 개그맨들이 고인의 개그 철학을 이해해주지 못했던 것도 얼굴을 찌푸리게 하는 요인이었을 터다.
이제는 살아남은 우리가 고인에게 웃음과 편안함을 줘야 할 때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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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갑작스럽게 별세한 희극인 김형곤의 빈소에 모셔진 고인의 영정. /삼성서울병원=박영태기자 ds3fa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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