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투구수 제한' 때문에 울었다
OSEN 기자
발행 2006.03.13 09: 51

결국 반대 목소리를 가장 크게 외쳤던 일본이 발목에 걸렸다. 일본은 1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너하임의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첫 경기 미국전서 우려했던 투구수 제한으로 인해 눈물을 흘려야 했다. 일본은 3-1로 앞선 6회말 선발 5이닝동안 75개를 던지며 1실점으로 막고 있던 우에하라(요미우리)를 투구수 제한(80개) 때문에 시미즈(롯데 마린스)로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우에하라에게 끌려가던 미국 타선은 기다렸다는 듯 데릭 리가 바뀐 투수 시미즈로부터 투런 홈런을 작렬, 동점을 만들며 분위기를 반전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으로선 선발 우에하라를 더 끌고 갈 수 없었던 것을 못내 아쉬워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사실 대회 개막전부터 일본과 미국은 투구수 제한 특별 규정을 놓고 팽팽하게 대립했다. 일본은 ‘야구에서 투구수 제한이란 것은 말도 안된다’며 반대했고 미국은 ‘투수들의 부상을 방지해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일본의 거센 저항에 미국측은 당초 구상했던 안에서 조금 물러섰다. 당초 1라운드 선발 투수 제한 투구수는 60개였으나 5개 늘린 65개 된 것도 일본측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처럼 미국과 일본이 ‘투구수 제한’을 놓고 첨예하게 부딪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양국의 확 다른 시즌 준비 스타일 때문이었다. 6인 선발 로테이션에 선발의 경우 투구수가 120개가 한계인 일본은 이미 3월이면 선발 투수들이 투구수를 200개까지 던지며 컨디션을 최고조로 만드는 시기다. 일본은 2월 스프링 캠프를 시작해 2주째면 보통 불펜에서 200개 이상 던지며 컨디션을 시즌 때와 비슷하게 끌어올린다. 반면 미국은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스타일이다. 대개 스프링 캠프가 시작돼 3월초 시범경기에 들어가면 선발 투수들은 초반 한 두게임은 50개 정도의 투구수로 3이닝 정도를 던진다. 그리고 3번째 게임부터 70개 안팎의 투구수로 5이닝을 투구하고 시범경기 막판인 3월말이 돼서야 투구수 100개 정도로 6, 7이닝을 소화하며 시즌에 돌입하는 스케줄이다. 이런 이유에서 미국은 겉으로는 투수들의 부상을 우려해 투구수를 제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혔지만 결론은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시범경기 스케줄표에 맞춰 WBC 대회 투구수를 조절한 것이다. 미국측이 1라운드 65개, 2라운드 80개, 4강부터 95개로 정한 것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시범경기 선발 투수들의 투구수와 거의 비슷하게 맞춘 셈이다. 일본이 자국 스타일로 선발 투수 120개까지 끌고갈 수 있는 정상적인 게임이었다면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일본으로선 투구수 제한이라는 특별 규정과 3-3 동점이던 8회초 불거진 심판의 편파판정 때문에 다 잡았던 대어를 놓친 꼴이 됐다. s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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