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심으로 미국전 승리 도둑 맞았다
OSEN 기자
발행 2006.03.13 10: 12

홈 텃세라지만 이건 너무 심하다. 일본이 13일(한국시간) WBC 8강리그 1조 첫 경기 미국전에서 승리를 도둑 맞았다.
3-3 동점이던 8회 선두 타자 니시오카가 중전 안타로 출루했다. 다음 타자 다무라의 보내기 번트가 1루 파울라인 바깥으로 떴고 이를 미국 1루수 데릭 리가 몸을 날려 잡아냈다. 귀중한 기회가 날아가는가 싶었던 순간 다음 타자 마쓰나카가 초구를 맞을 때 1루에 있던 니시오카가 잽싸게 2루를 향해 달렸다.
일본 왕정치 감독은 지난해 41개의 도루로 퍼시픽리그 도루왕에 오른 니시오카의 발에 승부를 걸었고 기대대로 니시오카는 2루에 안착했다.
여기부터 미국 5번째 투수 조 네이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쓰나카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주더니 후쿠도메까지 볼넷으로 내보내 1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다음 타자는 이와무라. 볼카운트 1-2에서 3구째 친 타구가 좌익수 앞에 뜬 공이 됐다. 조금 짧았지만 3루 주자가 니시오카였으므로 흥미진진한 승부였다. 두세 걸음 전진하면서 타구를 잡은 미국 좌익수 랜디 윈이 전력으로 볼을 홈에 던졌고 니시오카도 3루 베이스를 박차고 홈을 향해 뛰었다.
승부는 싱겁게 결정난 듯 보였다. 니시오카가 홈 베이스를 밟았을 때 윈의 송구가 빗나가 미국 포수 브라이언 슈나이더는 홈 베이스를 비우고 3루 베이스쪽으로 이동, 포구할 수밖에 없었다. 4-3으로 일본이 다시 한 점을 앞서는 순간. 8회초인 것을 감안하면 승부를 결정짓는 득점으로 보였다.
하지만 잠시 후 어이 없는 판정이 나왔다. 미국 마르티네스 감독이 덕아웃에서 나와 밥 데이빗슨 구심에게 어필했고 구심은 2루심 브라이언 나이트를 불러 잠시 이야기를 나누더니 3루 주자 아웃을 선언했다. 당연히 득점도 인정되지 않았고 그대로 공수가 교대됐다.
이유는 3루 주자 니시오카가 미국 좌익수 윈이 포구 하기 전 3루 베이스에서 먼저 출발했다는 것이었다. 야구규칙 7.10 (a)항을 보면 ‘플라이볼이 포구된 뒤 주자가 원래의 루에 리터치를 완료하기 전에 몸 또는 그 루에 태그 당하였을 경우’ 상대의 어필이 있으면 아웃이 된다고 규정돼 있다.
미국은 감독의 어필에 앞서 포수 슈나이더가 3루로 송구해 베이스 태그 플레이를 했다.
하지만 이 판정은 정말 석연치 않아 보였다. 우선 TV화면을 통해 본 문제의 장면에서 니시오카는 분명히 상대 좌익수가 포구한 다음 3루 베이스에서 발을 뗐다. 더구나 홈에서 접전 상황도 아니었다.
또 하나는 2루심의 판정 번복. 처음 니시오카가 출발 했을 때 분명히 제대로 된 태그업이라는 의미로 세이프 동작을 취했으나 나중에 구심과 이야기 과정에서는 뭐라고 했는지 구심이 아웃을 선언하도록 했다. 이 상황에서 3루심은 좌익수의 포구 동작을 보러 외야로 이동하기 때문에 2루심이 3루 주자의 스타트 상황을 체크한다.
아웃 판정 이후 일본 왕정치 감독이 구심에게 다가가 한동안 어필했지만 한 번 내려진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결국 경기는 그대로 속개됐고 미국은 9회말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끝내기 안타로 4-3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8회 일본의 득점이 인정됐다면 결과는 정말 알 수 없었다. 미국은 승리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심판의 도움으로 가능했다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미국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한국과 준결승전에서도 3루심의 오심 덕에 승리, 결승에 올라 쿠바를 꺾고 결국 금메달을 가져간 적이 있다.
아무리 야구의 종주국이라 해도, 또 이번 WBC가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메이저리그 선수노조 주축으로 만들어진 대회라 해도 이런 텃세 판정은 대회 자체의 수준을 의심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더구나 처음부터 판정의 수준을 높인다는 이유로 국제대회임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그 심판에게 대회를 맡긴다고 나섰던 미국이고 보면(결국 보수 문제로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이날 판정은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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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기 안타를 맞고 패한 뒤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있는 니시오카./에인절스타디움(애너하임)=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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