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승현] 결국 3번 타자였다.
WBC 8강리그에 나서는 일본 왕정치 감독은 타순을 바꿨다. 13일(한국시간) 미국과의 첫 경기에 상대 선발이 우완 제이크 피비였지만 우타자 다무라를 3번에 기용하고 좌타자 후쿠도메를 5번으로 내렸다. 아시아라운드 때는 둘의 타선이 반대였다. 후쿠도메가 3번, 다무라가 5번이었다.
이유는 후쿠도메의 부진 때문이었다. 후쿠도메는 도쿄돔에서 열렸던 아시아라운드 3경기에서 10타수 1안타로 침묵했다. 대회 첫 날 중국전 5회 날린 우중월 홈런이 유일한 안타였다. 일본이 한국에는 2-3으로 역전 패했지만 앞선 2경기에서는 모두 콜드게임승을 거둘 정도로 타선이 폭발한 점을 감안하면 후쿠도메의 침묵은 심각한 상황이었다.
왕정치 감독은 미국으로 이동한 뒤 지난 9일 가진 시애틀과 첫 연습경기에는 후쿠도메를 3번 타자로 기용했다. 컨디션 회복을 기다려 보자는 의미였다. 하지만 후쿠도메는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10일 텍사스전에는 후쿠도메 대신 긴조를 3번 타자로 기용했다. 하지만 긴조 역시 3타수 무안타로 침묵. 후쿠도메는 이 경기에서 대타로 나왔지만 1타수 무안타였다.
왕정치 감독은 하는 수 없이 11일 밀워키전에는 다무라를 3번으로 올렸다. 이 경기에서 다무라는 4타수 3안타 1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일본 타선에 새로운 해법이 생기는 듯했다.
하지만 미국과 8강리그 1조 첫 경기서 일본은 또 3번 타자의 부재를 실감해야 했다. 1회 이치로가 선두 타자 홈런을 날린 뒤 이어진 무사 1루에서 타석에 나온 다무라는 유격수 앞 병살타를 날리고 말았다. 3회 1사 후 좌전안타로 감을 잡는가 싶더니 6회 선두 타자로 나와서는 삼진으로 물러났다. 3-3 동점이던 8회에는 보내기 번트를 띄우는 바람에 중전안타로 출루한 니시오카를 진루시키는 데 실패했다.
더욱 결정적인 장면은 9회에도 이어졌다. 2사 만루의 기회를 만들었지만 브래드 리지에게 삼진 아웃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당시 리지는 선두 타자 오가사와라에게 볼넷, 2사 후 이치로에게 고의사구, 다시 니시오카에게 볼넷을 허용,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었는데도 변변한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이번 대회가 시작되기 전 왕정치 감독은 마쓰이 히데키(뉴욕 양키스)의 대표팀 합류에 목을 매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이 일본에서는 마쓰이 보다 더 대접을 받는 야구 영웅이면서도 체면 불고하고 마쓰이의 합류를 애원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결국 마쓰이는 대표팀 합류를 거절했고 이 때부터 왕정치 감독에게서는 “3,4,5번 중심 타선의 폭발력이 부족하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왔다. 가와사키 이치로 니시오카의 기동력에 의지해 공격을 풀어나간다는 전술을 세웠지만 한계가 있었다. 공격력은 역시 3,4,5번 중심타선의 무게에서 결정되는 것이 야구다.
만약 마쓰이와 조지마(시애틀)가 일본 대표팀에 합류해 마쓰나카와 함께 3,4,5번 중심타선을 만들었다면 미국전 결과는 어땠을까.
이제 와서 아쉬워 해 본들 부질 없는 일이긴 하지만 앞으로 남은 멕시코 한국과 경기를 앞두고 있는 왕정치 감독으로선 3번 타자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제일 큰 숙제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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