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그 투수들에게도 통하는 '일본식 타격법'
OSEN 기자
발행 2006.03.13 11: 40

야구에서 영원히 화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이론이 있다. 바로 타격 포인트에 관한 것이다.
크게 2개의 이론이 있다. '몸의 중심선에 가능한 붙여 놓고 쳐야 한다'. '마운드에서 가까운 발(우타자의 경우 왼발)보다 30cm 쯤 앞에서 쳐야 한다'.
전자를 대표하는 야구가 일본야구다. 투수들의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를 끝까지 보고 치려면 붙여 놓고 쳐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일본 타자들이 볼을 마치 배트로 문지르듯 쳐내는 모습은 이 이론에 충실한 타격을 하기 때문이다.
여기엔 이런 반론이 가능하다. '그렇게 붙여 놓고 친다면 빠른 볼은 어떻게 대처하느냐?'.
이런 반론은 특히 한국 내에서 강한 것 같다. '30cm 앞' 이론을 신봉하는 지도자들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반론이다. 이들은 “빠른 볼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타격 포인트를 마운드 쪽에 더 가깝게 잡는 수밖에 없다. 만약 몸 쪽에 붙여 놓고 친다면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볼을 공략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또 하나는 장타력과 관계가 있다. 배트가 테이크백에서 타격포인트까지 움직이는 거리와 타구의 비거리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당연히 길수록 힘을 더 받게 되고 타구의 비거리가 늘어난다. ‘몸 쪽에 붙여 놓고 치는 것은 똑딱이 타법’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13일 WBC 8강라운드 1조 첫 경기 미국-일본전은 이런 점에서 흥미로웠다. 과연 몸에 붙여 놓고 치는 일본 타자들이 미국 투수들을 어떻게 공략할 수 있을 것인가. 더구나 미국은 선발 제이크 피비는 물론 뒤를 이어 나온 투수들이 모두 팀에서 마무리를 맡고 있는 강속구 투수(좌완 사이드암인 브라이언 푸엔테스는 예외)들이어서 결과가 궁금했다.
비록 일본이 미국에 3-4로 역전패를 당하기는 했지만 그들의 ‘붙여놓고 치는 타법’이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데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미국 투수들의 90마일(145km)을 훨씬 넘는 빠른 볼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커트하거나 안타를 만들어 냈다. 오히려 공을 끝까지 보는 장점 덕분에 이들은 미국 투수들이 던지는 떨어지는 볼에 쉽게 속지 않고 애를 먹였다.
결국 일본 타자들은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들을 상대로 8개의 안타와 5개의 볼넷(고의사구 1개 포함)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일본 타자들이 이렇게 메이저리그 투수들에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붙이는 타법’이 갖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각고의 훈련 덕분이다.
우선 빠른 볼에 대처하기 위해 이들은 배트 헤드의 이동 궤적을 가장 짧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오른손 타자의 경우 스윙 시 오른쪽 팔꿈치가 몸통에 붙어서 나온다. 테이크백에서 히팅포인트까지 배트 헤드가 원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거의 직선으로 움직여 그만큼 시간이 단축된다.
또 하나는 손목의 파워다. 부족한 비거리를 극복하기 위해 배트가 볼을 때리는 순간 손목의 스냅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은 물론 힘을 기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거르지 않고 스윙 훈련으로 배트를 ‘가지고 노는’ 수준이 되도록 만든다.
일본 투수들은 동양인이라는 체격의 한계에서 오는 투구 스피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변화구를 사용한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타자들은 ‘몸에 붙여 놓고 치는’ 타격법을 고수한다.
하지만 이런 타격법도 정상급 수준에 오르면 빠른 볼 투수들의 볼을 공략할 수 있음을 이번 WBC에서 일본 타자들이 보여줬다. 그 동안 미일야구 올스타전 등 메이저리그와 교류가 많았지만 어디까지나 친선경기의 성격이었고 진짜 승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타자들이 미국과 경기에서 보여준 타격은 ‘미국식 야구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기는 하지만 150km대의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투수가 손에 꼽을 정도인 한국야구에도 시사하는 점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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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미국전 2회 2사 2, 3루서 상대 선발 제이크 피비의 투구가 몸의 중심에 바짝 다가온 포인트서 타격, 2타점 적시타를 쳐내는 가와사키./에인절스타디움(애너하임)=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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