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들의 '적극성'이 멕시코 타선 잠재웠다
OSEN 기자
발행 2006.03.13 17: 20

“야구는 투수가 공격하는 경기다. 타자는 이에 대응하는 것이고”.
지난 3일 WBC 아시아라운드에 참가하고 있던 김병현(콜로라도)이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준 말이다. 맞다. 투수가 자신의 구질과 코스로 타자의 예측을 빗나가게 하는 것이 야구다.
13일 WBC 8강리그 첫 날 경기에서 한국은 5명의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 9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냈다. 완벽한 피칭이었다. 던진 이닝에 다소 차이는 있었지만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다섯 명 모두가 단 한 개의 사사구도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선 5⅓이닝을 던진 선발 서재응부터 깔끔했다. 18명의 타자를 맞았지만 볼카운트 0-2로 간 경우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만큼 적극적으로 ‘공격’에 임했다는 의미다. 상대 타선이 결코 만만치 않았음에도 또 멕시코 선발 로드리고 로페스가 자신보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승수가 더 많은(15승, 서재응은 8승) 투수였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주눅이 들지 않았다.
‘니들이 내 공을 어떻게 치냐’는 듯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을 찌르다가 때로는 스트라이큰 존 아래로 뚝 떨어지는 볼들을 던져댔다. 이후 등판한 구대성 봉중근 박찬호 등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날의 유일한 국내파 투수 정대현도 대담성을 보였다.
역시 국제경기에서는 자신의 볼이 통한다는 자신감을 앞세워 세 타자를 모조리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7회 2사 2루에서는 루이스 A. 가르시아를 헛스윙 삼진으로 유도했다. 유리한 볼카운트(2-1)를 이용한 유인구 공격이었다. 8회에는 대타 미겔 오헤다와 풀카운트 접전을 벌였지만 아웃코스에 딱 걸치는 스트라이크로 스탠딩 삼진을 잡아냈다. 다음 타자 후안 카스트로는 역시 정대현의 유인구에 걸려들었다.
2-1 한 점차에서 마운드에 오른 마무리 박찬호도 마찬가지. 1사 후 안타를 맞고 패스트볼까지 겹쳐 2사 3루의 위기를 맞았다. 더구나 타석의 헤로니모 힐에게는 볼카운트 0-3으로 몰렸다. 순간 비어 있는 1루를 생각할 만도 했지만 박찬호는 이후 3개의 볼을 연속해서 스트라이크 존에 꽂아 넣었고 마지막 6구째 바깥쪽 볼에 힐의 배트가 헛돌았다.
한국 투수들의 이 같은 배짱투는 무엇보다도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정대현을 제외하고 모두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라 멕시코 타자들에게 전혀 주눅이 들지 않았다.
또 하나는 벤치의 주문이다. 김인식 감독이나 선동렬 투수 코치 모두 투수들에게 적극적인 피칭을 주문하는 스타일을 갖고 있다. 더구나 이번 대회는 투구수까지 제한돼 있어 투수들의 적극성을 더하게 했다.
이 같은 한국 마운드의 적극성은 앞서 열린 미국-일본전 6회 일본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시미즈와 대조를 이뤄 더욱 돋보였다. 시미즈는 3-1의 리드를 안고 마운드에 올랐지만 1사 후 치퍼 존스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곧바로 데릭 리에게 동점 2점 홈런을 얻어 맞고 말았다. 홈런을 맞을 때 볼카운트가 0-2로 몰려 어쩔 수 없이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않을 수 없었고 데릭 리는 이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흔히 ‘사사구로 출루를 허용하는 것은 안타 보다 더 나쁘다’고 한다. 야구판의 이런 경험이 그대로 드러난 한국과 멕시코전이었다. 물론 한국 투수들은 이 격언 대로 절대로 사사구에 의한 진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nanga@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