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에인절스타디움(애너하임), 김영준 특파원]한국이 야구 종주국 미국을 이겼다. ‘대~한민국’이 ‘USA’의 코를 납작하게 눌렀다. 14일(이하 한국시간) WBC 8강리그 이틀째 경기에서 한국은 미국에 7–3으로 완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이승엽의 홈런포는 여전히 불을 뿜었고 최희섭도 마침내 명예 회복에 성공했다. 마운드는? 전날까지 WBC 출전국 중 팀 방어율 1위가 바로 대한한국이었다.
이날도 1회가 분수령이었다. 1회 초 수비에서 한국은 선발 손민한의 제구력 난조로 2사 만루에 몰렸으나 무실점으로 넘겼다.
1회 말 무사 1루에서 김민재의 병살타가 나와 아쉬움을 삼킨 것도 잠시였다. 아시아의 대포에서 이제 세계의 대포로 위력이 더 해진 이승엽이 있었다. 미국 좌완 선발 돈트렐 윌리스와 맞선 이승엽은 초구 몸쪽 낮은 직구를 그대로 잡아 당겼다. 쭉 뻗은 타구는 그대로 우측 담장을 넘어갔다. 4일 아시아라운드 중국전부터 4연속경기 아치를 그리는 순간이었다.
이승엽의 한 방으로 지난 해 메이저리그 다승왕(22승 10패) 윌리스는 여지 없이 흔들렸다. 김태균이 볼 넷으로 걸어나갔고 송지만의 우전안타에 이어 이범호가 좌전 적시타로 뒤를 받쳐 또 한 점을 추가했다. 2-0. 한국의 필승 점수였다.
2-1로 추격당한 3회 1사 2,3루에서 이범호의 유격수 땅볼 때 한 점을 추가한 한국은 4회 경기를 완전히 결정짓는 명장면을 만들어 냈다.
2사 후 김민재가 좌중간을 뚫는 2루타로 출루한 것이 신호탄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국 마르티네스 감독은 배터리에게 미국으로선 굴욕적인 사인을 냈다. 다음 타자 이승엽을 고의사구로 걸르라는 사인이었다. 상황은 2사 1,2루가 됐다.
한국 김인식 감독도 움직였다. 이날 선발에서 제외했던 최희섭을 대타로 기용, 4회부터 교체 돼 던지고 있던 우완 댄 휠러를 상대하도록 했다. 최희섭은 볼카운트 1-1에서 3구째 한가운데 들어오는 직구(87마일, 140km)를 힘껏 퍼 올렸다. 새까맣게 떠오른 타구는 우측 폴 안쪽 그러나 외야 펜스 너머에 떨어졌다. 그 동안 부진(14타수 3안타)으로 겪었던 마음고생을 한 방에 날려 버린 장쾌한 아치였다. 스코어는 6-1이 됐고 이제 한국의 승리를 의심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김인식표 묘수풀이인 투수교체는 이날 국내파와 해외파의 절묘한 배합이라는 새로운 재료가 등장했다.
김인식 감독은 선발 손민한이 3회를 2피안타(2볼 넷) 1실점으로 막아내고 어깨 근육이 뭉쳐 교체가 불가피하자 4회 좌완 전병두 카드를 꺼내 들었다. 4회 1사 1,2루에서는 김병현에게 방어 임무를 맡겼고 다시 5회 1사 1,2루가 되자 구대성을 마운드에 올렸다.
전날 멕시코전에도 등판, 1⅔이닝 동안 2피안타 무실점으로 잘 던졌던 구대성은 이날 투구수가 더 늘어났다. 1사 1,2루에서 치퍼 존스를 상대로 유격수 앞 병살타를 유도, 위기를 잘 넘기더니 6회에는 삼자범퇴로 간단하게 이닝을 마쳤다. 8회 1사 1루에서 정대현과 교체될 때까지 2⅔이닝 동안 2안타, 볼 넷 1를 허용하고 무실점으로 미국 타선을 막아냈다.
한국은 정대현이 9회 1사 후 3연속 안타를 맞는 등 2실점, 7-3까지 추격당하자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렸다. 오승환은 2사 2루에서 치퍼 존스를 2루 땅볼로 잡아내고 경기를 매조지 했다.
수비도 여전히 굳건했다. 2-0으로 앞서던 3회 데익 지터의 직선타구를 2루수 김민재가 역동작 다이빙캐치로 막아냈다. 5회 1사 1,2루에서는 유격수 박진만이 치퍼 존스가 친 강한 타구를 잡고 주저 앉았으나 침착하게 볼을 빼내 2루수 김민재에게 토스, 병살플레이로 연결시켰다.
이승엽은 이날 결승 홈런 외에 우전안타와 볼 넷 2개(고의사구 1개 포함) 등 3타수 2안타를 기록했고 이날 부상 중인 김종국 대신 선발 출장한 김민재도 5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타선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반면 미국은 맥없는 경기로 홈 팬들의 야유를 받아야 했다. 특히 미국 2루수 체이스 어틀리는 6회 이종범의 내야안타 때 볼을 놓쳐 1루 주자 이병규를 3루까지 보내줬고 6회 최희섭의 파울플라이도 놓쳤다. 심지어 데릭 지터 마저 7회 진갑용의 타구를 잡아 1루에 원바운드 송구하는 바람에 타자주자를 살려주기도 했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4강 결승 토터먼트 진출이 한결 유리해졌다. 아직 8강리그 1조 일본-멕시코(15일) 한국-일본(16일) 미국-멕시코(17일) 경기가 남아 있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2승으로 1조 1위로 올라선 이상 4강 티켓은 거의 손 안에 들어왔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1승 1패를 기록했다.
한편 이날 열린 2조 경기에서 도미니카 공화국은 쿠바를 7-3으로 누렀고 베네수엘라는 푸에르토리코를 6-0으로 셧아웃시켰다. 중남미 4개국간의 8강리그 2조 경기는 4개팀이 1승 1패씩을 기록, 4강토너먼트 진출팀이 안개에 싸이게 됐다.
미 국 001 000 002 = 3
한 국 201 301 00X = 7
손민한 돈트렐 윌리스
손민한=3이닝 2피안타 2 볼넷 2탈삼진 1실점
전병두=⅓이닝 0피안타 2볼넷 1탈삼진 무실점
김병현=1⅓이닝 2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
구대성=3이닝 2피안타 1볼넷 0탈삼진 무실점
정대현=1이닝 3피안타 0볼넷 1탈삼진 2실점
오승환=⅓이닝 0피안타 0볼넷 0탈삼진 무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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