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왈츠> 색채로 내상을 입히다
OSEN 기자
발행 2006.03.15 09: 17

[OSEN=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 윤석호 PD의 드라마는 이제 그만의 문법을 완성한 듯 하다. 사계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자 영화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로서 한류의 중심, 드라마 중원에 출사표를 던진 '봄의 왈츠'는 그의 눈부신 화면을 기다리던 많은 시청자들에게 서서히 그 내상을 입혀가고 있다.
그가 등장한다는 소문을 듣고 첫회부터 경쟁사인 MBC는 영화 '바람의 전설'로 시청자의 눈과 귀를 돌리려 했다. 첫 회의 시청률은 저조했고, 여기에 빤한 스토리라는 루머가 돌면서 '봄의 왈츠'는 자칫 흔들리는 듯 했다. 하지만 윤석호는 역시 윤석호다. 가벼운 루머나 시청률과는 상관없이 뚝심으로 몰고가는 그의 영상문법은 시청자들의 눈과 귀로부터 시작해 마음에 각인되기 시작한다.
그가 갖고 있는 최대무기는 감성이다. 그는 시청자들의 감성을 붙들어매는 모든 기술들에 능통하다. 오스트리아 빈이라는 노스텔지어와 계속해서 흐르는 피아노 소리, 반복되는 노래 클레멘타인, 기차, 낯선 거리, 섬, 그 섬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아이, 보리밭과 유채꽃의 물결...
이런 배경만으로도 시청자들은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 배경 위로 무언지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고독의 소유자 윤재하, 항상 밝기만해 보이지만 그럴수록 아픔이 느껴지는 박은영, 재하의 친구이자 은영을 사랑하게 되는 젠틀맨 필립... 이 정도의 설정이 끝났다면 이제 시청자들은 가슴을 내놓고 윤석호의 본격적인 감성드라마를 기다리게 된다.
그의 첫 번째 공격은 청산도라는 이국적인 배경에 비극적인 운명에 휘말리게 되는 어린아이들이 엮어가는 드라마다. 어린시절의 잔인한 드라마는 윤석호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만한 것이다. 이 때 겪은 상처는 전체 드라마의 커다란 맥락을 만들어낸다.
빚쟁이에 사기꾼인 아버지는 재하를 섬에 버리고 도망가고, 거기서 재하는 병을 앓고 있는 은영을 만나 따뜻한 봄의 기억을 갖게 된다. 하지만 돌아온 재하의 아버지가 은영의 병원비로 모아놓은 돈을 갖고 도망치면서 드라마는 복잡해진다. 재하의 아버지를 잡으러 서울로 간 은영의 어머니는 교통사고로 죽고, 아버지를 찾으러 서울을 가려는 재하에게 은영이 따라붙는다. 부모없는 서울 하늘에서 아이들끼리 버려지고 결국 은영은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이런 잔인한 드라마는 그러나 수많은 안전장치를 갖고 포장되어 시청자들에게 울림을 만든다. 그 안전장치는 다름아닌 색채와 자연이다. 청산도의 자연이 갖고 있는 색채는 파란 하늘, 파란 바다, 녹색의 보리밭, 노란 유채꽃들, 옹기종기 모여앉은 파랗고 빨간 지붕의 집들이다. 그 자연 속에 아이들이 포근히 안겨있다. 빨간색 의상과 파란색 의상, 그리고 노란 우산이 자연 속에 어우러질 때, 시청자들은 무한한 포근함과 따뜻함을 느낀다. 하지만 그것은 겉일 뿐이다. 사실 그 속으로는 엄청난 드라마의 파괴력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공격한다.
만일 날것의 드라마를 아무런 장치없이 보여줬다면 시청자들의 상처는 찰과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장치들은 안으로부터의 상처를 만들어낸다. 가슴이 답답하고, 목울대가 치밀어오르는 이 증상들은 이제 우리가 '봄의 왈츠'라는 신공을 들고 나온 윤석호라는 고수에게 사로잡히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강호에 장중함만 힘이 되는 것은 아니다. MBC에서 나타난 표민수 PD는 '넌 어느 별에서 왔니'로 가벼운 경공의 보법이 얼마나 사람들을 설레게 하는지를 보여준다. '봄의 왈츠'가 장중함이라면 '넌 어느 별에서 왔니'는 풋풋한 발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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