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자카가 일본을 구해냈다. 그것도 가장 마쓰자카 다운 피칭으로 멕시코 타선을 잠재웠다.
한국의 이승엽도 마찬가지지만 WBC에 참가하는 마쓰자카 역시 이번 대회를 메이저리거들과 수준을 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겼다. 이미 지난 시즌이 끝난 뒤부터 소속팀인 세이부 라이온즈를 상대로 2006시즌 후 포스팅시스템에 의한 메이저리그 진출 허용을 요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메이저리거들에게도 통할까 하는 관심은 마쓰자카뿐 아니라 일본 야구팬들 사이에서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사안이었다. 이미 요코하마 고교 재학시절부터 고시엔대회에서 150km대의 불 같은 강속구와 지치지 않는 연투로 괴물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마쓰자카였다.
1999년 세이부에 입단한 이후에도 아마추어 때의 명성에 조금도 모자람이 없었다. 지난해까지 7시즌 동안 2002년(6승)을 제외하고 매년 두 자리 승리를 기록했다. 탈삼진도 마찬가지. 2002년을 제외하고 매년 100개 이상을 기록했고 200탈삼진을 넘긴 시즌도 3번이나 된다.
15일(한국시간) 반드시 이겨야 하는 WBC 8강리그 멕시코전에 선발 등판한 마쓰자카는 초반 답답한 경기를 펼쳐야 했다.
마쓰자카는 2회 위기를 맞았다. 1사 후 아드리안 곤살레스를 볼넷으로 출루 시킨 다음이었다. 다음 타자 오헤다를 맞았을 때 내야진의 결정적인 실책이 나왔다. 2루를 향해 스타트하던 곤살레스가 협살에 걸렸지만 2루수 니시오카의 1루 송구가 원바운드되면서 1루 덕아웃으로 들어가고 만 것. 곤살레스는 안전 진루권까지 얻어 1사 3루의 위기가 됐다.
빗맞은 내야 땅볼이나 외야플라이만 나와도 먼저 한 점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일본은 2회 초 공격 무사 1,2루에서 보내기 번트를 시도했던 다무라가 파울이 선언될 줄 알고 잠시 서 있는 바람에 병살을 당함으로써 기회를 날린 후였다.
절대 불리한 상황이 되자 마쓰자카는 오히려 힘을 냈다. 타석에 서 있던 오헤다를 향해 직구만 던지기 시작했다. 볼카운트 2-1에서도 93마일(150km)짜리 직구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한 숨을 돌린 마쓰자카는 다음 타자 마리오 발렌수엘라에게도 6개의 볼 모두 직구만 던졌다. 투 스트라이크로 볼린 발렌수엘라가 파울 볼 2개를 만들어 내면 완강히 저항했지만 볼카운트 2-1에서 6구째 또 다시 직구(93마일)를 던져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냈다.
3회 1사 후 호르헤 칸투를 만났을 때도 공격성을 여지없이 과시했다. 1회 첫 타석에서 변화구를 던지다 좌전안타를 허용한 사실을 상기했는지 역시 직구 승부를 고집했다. 볼카운트 1-3으로 몰렸지만 이날의 최고 구속인 94마일(151km) 짜리 라이징패스트 볼을 던졌다. 칸투의 배트가 돌았지만 헛스윙. 다음 볼도 역시 직구였고 칸투의 배트는 볼을 따라가지 못했다.
마쓰자카는 2회 1사 3루서 5회 1사까지 무려 9명의 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했다. WBC에 대비해 새로 익힌 투심 패스트 볼이나 체인지업, 슬라이더도 간간이 섞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주무기는 불 같은 강속구였다. 총 투구수 73개 중 47개가 스트라이크였으니 얼마나 공격적인 피칭이었는지 짐작이 간다.
일본이 3회에도 무사 1,2루의 기회를 또 날렸지만 마쓰자카는 내 할 일만 하겠다는 듯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팀이 5-0으로 앞선 6회 마운드를 와다에게 넘길 때까지 마쓰자카는 5이닝 동안 단 1개의 안타만 허용하고 볼넷 2개만을 내줬다.
일본은 마쓰자카의 호투 덕에 초반 좋은 기회를 연이어 날리던 무기력한 모습에서 벗어나 4회 일거에 4득점하며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마운드의 투수가 팀 전체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잘 보여준 사례였다.
역시 마쓰자카는 괴물이었다. 일본 팬들이 마쓰자카에게 열광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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