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애너하임, 김영준 특파원] "정말 이 대회에 뛰고 싶었어요. 그래서 다리가 아팠는데도 숨겼어요".
한국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대표팀의 '분위기 메이커' 홍성흔이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전을 앞두고 한 말이다. 홍성흔은 "다리 부상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데다 대만전에서 2루 송구를 하다 팔꿈치까지 다쳤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럼에도 "비록 뛰지 못해 대타로밖에 못나가겠지만 대표팀 내에서 내가 할 일은 있다"고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대표팀에 뽑혀 영광스럽다"고 말한 선수는 비단 홍성흔뿐 아니다. 박찬호는 대회 시작 전부터 '조국애'를 강조했고 이종범 역시 "마지막 국가대표일 것 같다"면서 20~30%에 불과한 완전치 못한 몸 상태로도 주장의 본분을 다하고 있다.
실제 이번 WBC 멤버 가운데 국가의 부름에 응하지 않은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최희섭 봉중근 김선우는 물론 이미 병역 문제가 해결된 박찬호 서재응 김병현 이승엽 구대성 등 해외파가 흔쾌히 가세, '드림팀 오브 드림팀'이란 평을 듣고 있다.
코칭스태프 역시 건강이 썩 좋지 않은 김인식 감독을 필두로 선동렬 김재박 조범현 코치 등 프로야구 현역 감독만 4명이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있다.
마쓰이 히데키, 이구치 다다히토, 조지마 겐지 등이 빠지긴 했으나 일본 대표팀 역시 '일본을 대표한다'는 사명감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 스즈키 이치로는 13일 미국전 뒤 가진 공식 인터뷰에서 "일본에서 뛸 때 기미가요(일본국가)를 듣고 뛴 적이 많았다. 그러나 야구의 나라이자 세계 최고의 무대인 미국에서 와서 기미가요를 듣게 되니 새삼스럽다. 그 순간 강한 기운을 느꼈고 그 기분으로 경기에 임했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고 밝혔다.
15일 멕시코전 승리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 역시 경기 후 인터뷰에서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는 일본 대표라는 사실을 매우 의식한다. 그러나 막상 경기에 들어가면 보통 그대로의 나로 돌아간다. 하지만 (일본 대표로서) 지지 않겠다는 강한 기분을 갖고 오늘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ESPN 등 미국 유수의 언론은 한국과 일본의 WBC 선전을 대서특필하고 있다. 그들은 "한국-일본의 아시아 야구는 재능있는 투수를 보유하고 있고 수비가 견고하다. 또 타자들은 번트나 히트 앤드 런 등 팀 배팅을 할 줄 알고 베이스 러닝이 민첩하다"고 아시아식 야구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술적, 전술적 측면 말고 그들이 간과하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요소가 애국심이다. "나라를 위해 뛰어 영광"이란 자부심을 가지고 (돈도 되지 않는 경기에) 그라운드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는 그 정신이야말로 아시아 야구 돌풍의 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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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도교돔서 벌어진 아시아라운드 한국-일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