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 영화전문기자]극장가에서 ‘아카데미 특수’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1990년대말까지 3월 극장가는 미국의 아카데미상 수상작들이 박스 오피스 상위권에 포진했다. 관객이 적어 일찍 내렸던 외화가 아카데미 주요 부문 수상 소식에 즉각 재상영이 결정되고 흥행에 성공하는 사례도 드물지않았다. 이른바 ‘아카데미 특수’였다.
2000년대들어 한국영화의 르네상스와 함께 ‘아카데미’가 얹어주는 관객 동원의 프리미엄이 눈에 띄게 약해지는 추세다. 특히 올해 아카데미는 대만 출신의 이안 감독에게 동양인 최초로 감독상(‘브로크백 마운틴’) 트로피를 안겼다.
이 영화를 수입한 백두대간은 전국 70개 스크린을 확보하고, 적잖은 마케팅 비용을 들여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작품성 뛰어난 독립영화 전문인 백두대간으로서는 큰 모험을 한 셈이다. ‘브로크백 마운틴’이 미국 흥행에서도 의외의 대성공을 거두는 등 작품성과 상업성을 고루 갖춘데다 아카데미 3개부문 수상의 감투까지 쓴 사실을 높이 샀다.
그러나 한국 관객들은 호응도는 기대 이하로 드러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집계에 따르면 ‘브로크백 마운틴’은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10~12일)에서 전국 3만6124명, 누적관객 13만6651명을 동원해 8위에 머물렀다. 영진위 집계는 전국 43개 스크린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실제 관객 수와는 오차가 있다. 백두대간은 70개 스크린을 기준으로 지난 주말까지 전국 25만 정도가 관람한 것으로 발표했다.
리즈 위더스푼이 생애 첫 아카데미를 여우주연상으로 수상한 ‘앙코르’는 같은 기간 7만9593명(스크린수 104개)으로 5위에 턱걸이했다. 미국의 전설적인 컨트리가수 조니 캐시와 준 카터의 삶과 사랑을 그린 철저한 상업영화다. 위더스푼(준 카터)과 호아킨 피닉스(조니 캐시)가 극중 삽입곡 모두를 직접 부르는 등 열연을 펼쳐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잘나간 작품이지만 한국에서는 체면치레에 그친 것이다.
백두대간의 송근이 대리는 “솔직히 ‘브로크백 마운틴’의 흥행이 기대했던 수준에는 못미쳤다. 하지만 좌석당 관객 점유율은 개봉 2주째에 여전히 1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 영화가 마케팅을 워낙 세게하고 물량공세를 퍼붓는 게 고전의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같은 기간 한국 영화는 ‘데이지’(41만1425명)를 시작으로 ‘음란서생’(23만9839명) ‘왕의남자’(13만8820명) ‘구세주’(11만9283명)가 1~4위를 휩쓸었다. 개봉 첫주인 ‘데이지’가 293개의 스크린에서 관객을 끌어들였고 3주차인 ‘음란서생’ 258개로 요즘 극장가 배급에서 한국영화의 파워를 실감하게 했다.
한편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폴 해기스 감독의 ‘크래쉬’(타이거 픽쳐스 수입)는 개봉관 확보를 못해서 고전하다가 아카데미 수상 소식을 듣고서야 겨우 상영 결정을 내렸다. 4월6일 개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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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로크벡 마운틴'(사진 위, 백두대간 제공)과 '크래쉬'(타이거픽쳐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