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드라마는 건달 전성시대?
OSEN 기자
발행 2006.03.16 10: 03

갑자기 드라마에 건달이 많아졌다. 노희경 작가의 신작 ‘굿바이 솔로’(노희경 극본, 기민수 연출, KBS 2TV 수목극)에 건달 강호철(이재룡 분)이 등장하더니 오는 22일 첫 방송을 하는 SBS TV ‘불량가족’(이희명 극본, 유인식 연출)에도 날건달 오달건(김명민 분)이 나온다.
여기에 MBC TV가 ‘궁’ 후속으로 준비하고 있는 ‘닥터 깽’에도 건달이 등장한다. ‘네 멋대로 해라’의 박성수 PD-양동근 콤비의 컴백작으로도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 작품에서 양동근 역시 건달이다. 가짜 의사 흉내를 내는 건달이 양동근이고 건달의 좌충우돌 모험담을 통해 사회의 모순을 풍자할 블랙 코미디가 ‘닥터 깽’이다.
‘닥터 깽’은 아직 제작 발표회를 갖지 않아 자세한 비교가 그렇지만 ‘굿바이 솔로’와 ‘불량가족’의 건달에는 여러 가지 인연이 얽혀 있다. 둘 다 수목드라마이고 건달역을 맡은 배우가 평소에는 반듯한 이미지로 어필한 배우라는 점, 또 두 배우가 KBS 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 함께 공연했다는 점 등이다.
‘불량가족’의 오달건 김명민은 전작인 ‘불멸의 이순신’에서 이순신 장군역을 연기했고 강호철 이재룡은 이순신의 든든한 지원자인 유성룡역을 맡았다. 그랬던 두 배우가 이제는 경쟁 채널에서 ‘건달’로 변신하게 됐다.
그런데 이들이 보여주는 건달의 모습은 사회악인 폭력배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이재룡은 ‘굿바이 솔로’에서 강호철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강호철, 한마디로 나쁜 놈이다. 하지만 평범한 삶은 살고 싶어하는 나름의 아픔을 가슴 밑바닥에 깔고 있는 순수한 건달이다”. 실제 노희경 작가도 강호철의 입을 빌려 세상에 대한, 그리고 사랑에 대한 입바른 말을 쏘아댄다.
노 작가는 ‘굿바이 솔로’를 시작하기에 앞서 “어딘가에 이런 건달 하나쯤은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작품을 썼다”고 말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숱하게 다뤄진, 조폭문화를 통해 정형화된 건달의 모습이 아닌, '노희경표 건달'을 그리고 있다.
‘불량가족’에서의 오달건도 이런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아직 드라마가 시작되지 않아 뚜렷한 캐릭터는 알 수 없지만 배역을 맡은 김명민의 말에서 일부 알 수 있다. “거칠지만 인간적인 건달, 겉으로 강해 보이지만 속으로 약하고, 깊은 아픔도 안고 있는 인물”이 오달건이다.
수많은 조직원을 거느리며 폭력과 잔혹성을 과시하는 건달이 아니라는 사실은 김명민의 출연 이유에서도 나온다. “이순신 장군의 이미지를 빨리 씻어 내리는 것이 배우 김명민에게는 절실한 사명이다. 차근차근 시간이 지나야 하겠지만 이번 작품은 한번에 전작 이미지를 180도 바꿀 수 있겠다 싶었다”고 했다.
역사에 빛나는 위인에서 건달로 신분이 추락한 이재룡과 김명민에겐 거친 행동과 말투 뒤에 인간미를 어떻게 살리느냐가 캐릭터 성패의 관건이 됐다. 수목드라마에서 동시에 다뤄지는 건달의 모습이 작가에 따라, 연출가에 따라 어떻게 어필되는지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는 드라마 보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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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솔로’에서 연인으로 나오는 김민희-이재룡(위)과 ‘불량가족’에서 건달역을 맡은 김명민. /KBS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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