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로 출장한다는 소식에 많은 전문가들은 사실 불안해했다. 그의 '롤러코스터'식 투구에 가슴을 졸이며 관전했던 기억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실점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일본 타선을 맞아 빅리거 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33.LA 다저스)가 메이저리그 통산 100승을 돌파한 투수다운 투구로 일본전서 맹위를 떨쳤다. 박찬호는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너하임 에인절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일본전서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4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를 기록했다.
특히 정규 시즌 때 자신과 팀을 괴롭혔던 사사구를 단 한 개도 내주지 않은 것이 더욱 돋보였다. 투구수 66개를 기록한 박찬호는 6회말 좌완 구원투수 전병두(기아)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1회와 2회 출발은 불안했다. 1회 톱타자인 빅리그 특급 타자 이치로(시애틀)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하며 출루를 시켰으나 후속 타자를 범타와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무사히 이닝을 마쳤다.
2회에는 우익수 이진영의 도움도 컸다. 2회 선두타자 이와무라에서 내야안타를 내준 뒤 2사 2루에서 사토자키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으나 우익수 이진영이 정확하게 홈으로 송구, 태그 아웃시키며 실점위기를 벗어났다.
박찬호는 이날 전성기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투구를 보였다. 예리하게 떨어지는 파워커브와 강속구를 섞어던지며 일본 타자들의 배팅 타이밍을 빼앗았다. 1회 안타를 허용했던 이치로를 3회 헛스윙 삼진으로 잡은 것도 낙차 큰 커브였다. 이날은 커브 등 변화구의 컨트롤이 어느 때보다도 안정됐다.
전날 김인식 감독은 박찬호를 선발로 내세운 이유를 "그동안 투구수가 적었다. 그리고 한.일전이라는 점을 의식해 박찬호를 선발로 결정했다"며 박찬호가 일본전서 호투할 것으로 믿었다. 박찬호는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해 좋은 컨디션으로 좋은 구위를 보여주며 일본 타선을 무력화시켰다.
박찬호는 1라운드에서 2라운드 멕시코전까지는 대표팀의 마무리로 등판, 3경기 연속 세이브를 올리며 팀 승리의 '지킴이' 노릇을 한 데 이어 4강진출의 운명이 걸린 숙적 일본과의 대결에서는 선발로 등판, 훌륭하게 제몫을 다해냈다.
주위의 불안을 완벽하게 잠재운 박찬호가 올 시즌에는 소속팀에서도 활기찬 플레이를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su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