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마운드 싸움'에서 왕정치 눌렀다
OSEN 기자
발행 2006.03.16 19: 10

18승 4패, 12승 8패, 12승 6패, 10승 11패.
스기우치, 와다, 고바야시, 시미즈가 지난해 일본프로야구 퍼시픽리그에서 거둔 성적이다. 어느 팀이라도 이 정도 선발 4명을 갖고 있으면 부러울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일본은 졌다. 한국에 두 판이나 지고 미국에도 패했다.
이들은 이번 WBC에서 조금 독특한 임무를 맡았다. 대회가 시작되기 전 왕정치 감독은 이런 말을 했다. “투구수 제한이 있는 WBC에서 선발 투수는 큰 의미가 없다. 한 경기에 두 명의 선발 투수를 동원하겠다”.
이런 왕정치 감독의 전략에 따라 일본은 투수 13명 중 팀에서 선발로 뛰는 투수를 무려 8명이나 대표팀에 뽑았다. 그 중 왕정치 감독에 의해 두 번째 등판 임무를 맡은 소위 그들 언론 표현대로 제2의 선발 노릇을 한 선수들이 바로 스기우치 와다 고바야시 시미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일본이 아시아라운드를 치를 때만 해도 그런대로 들어 맞는 것 같았지만 8강리그에 들어오면서부터 이야기가 달라졌다. 두 번의 패배가 모두 2번째 선발에서 비롯됐다.
우선 13일 미국전. 일본은 선발 우에하라가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뒤 6회부터 시미즈가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시미즈는 6회 1사 후 볼넷에 이어 동점 홈런을 맞아 버렸다. 경기의 흐름이 반전되는 순간이었다.
16일 한국전도 마찬가지. 좌완 스기우치가 8회 볼넷과 안타를 연속 허용하면서 패전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나마 와다는 15일 멕시코전에서 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고바야시는 8강리그에 앞서 가진 텍사스와 연습경기에 구원 등판했다가 아웃 카운트 하나 잡는 동안 4안타 볼넷 2개로 4실점하는 불안을 노출해 8강리그에서는 얼굴을 볼 수 없었다.
한국 김인식 감독 역시 WBC에 임하면서 “이번 대회에 선발 투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인식 감독은 왕정치 감독과 투수 운용이 달랐다.
우선 선수 선발부터 한국은 13명의 투수 중 선발 전문 투수는 6명만 골랐다. 그것도 박찬호 김선우를 포함한 숫자다.
불펜을 기용할 때도 마찬가지. 박명환 배영수 대신 불펜 경험이 있는 선수들을 더 중용했다. 이름 값에서 둘에 미치지 못하는 전병두가 8강 리그 미국전과 일본전에 연이어 등판한 것이 좋은 예다. 아울러 불펜 경험이 풍부한 구대성과 김병현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며 등판 기회를 자주 줬다.
사실 선발 투수와 불펜 투수는 체질이 다르다. 어깨가 풀리는 속도도 틀리고 주자가 있는 상황이나 박빙의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를 때 마음가짐도 다를 수밖에 없다. 경험 많은 불펜 투수일수록 덜 긴장한다.
거기다 일본의 선발 투수들은 보통 한계 투구수가 120개에 이르기 때문에 등판 즉시 전력 피칭을 한다기 보다는 서서히 리듬을 타는 스타일에 젖어 있다.
지난해 센트럴리그 구원 순위를 살펴보면 이와세(46세이브) 이시이(37세이브) 구보타(27)로 돼 있다. 퍼시픽리그는 고바야시 마사히데(29세이브) 오쿠보(22세이브) 마하라(22세이브) 도요다(19세이브) 순서다.
홀드 부문의 경우 센트럴리그는 후지카와(53홀드) 가와무라(36홀드) 오카모토(27홀드)가 일본인 선수 중 앞부분을 차지했다. 퍼시픽리그는 기쿠치하라(36홀드) 요시타케(34홀드) 가토(29홀드)순서로 성적이 나왔다.
이 중 WBC에 출전한 선수는 이시이가 유일했지만 그나마 어깨 통증을 이유로 8강리그가 시작되기 전인 11일 일본으로 돌아갔다. 오쓰카의 경우 일본은 마무리 투수로 쓰려고 뽑았지만 이미 메이저리그에서는 수명이 다한 선수로 평가 받고 있는 처지다.
이렇게 일본 마운드는 구성부터 실패로 돌아간 느낌이다. 투구수 제한이 있건 없건 아니 투구수 제한이 있을수록 불펜이 튼튼해야 한다. 이를 왕정치 감독은 불펜이 생소한 선발 투수들로 메우려고 했고 김인식 감독은 불펜 투수들을 중용한 것이 결국 성공을 가져왔다.
한국은 미국에 3점(그것도 7-1로 이기고 있다 9회 2점을 준)을 허용한 것이 이번 대회 한 경기 최다 실점이다.
반면 일본은 아시아라운드 한국전부터 지금까지 치른 4경기에서 선발 투수가 내준 점수는 2점에 불과하지만 1승 3패라는 초라한 전적에 머물고 말았다. 모두 불펜이 무너졌기 때문이었다.
또 하나 덧붙일 것은 박찬호가 이번 대회 마무리로 뛰면서 3세이브를 거두고 16일에는 선발로 나서 5이닝 무실점으로 맹활약 한 것은 김인식 감독의 혜안과 박찬호의 능력이 더해진 결과이고 한국팀에게는 축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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