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4강 진출은 '삭발의 힘'(?)
OSEN 기자
발행 2006.03.17 07: 13

결전을 앞두고는 많은 사람들이 이발이나 면도 등을 일부러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일종의 미신이나 징크스 등으로 전에 좋았을 때를 기억하며 그대로 두는 것이다.
그러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파죽의 6연승으로 4강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낸 한국야구 대표팀은 반대였다. 4강진출의 운명이 걸려 있던 일본전을 하루 앞둔 지난 15일 김인식 감독과 선동렬 투수코치는 휴식일을 맞아 애너하임 숙소에서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으로 나들이를 했다.
김인식 감독의 동국대 시절 제자인 이문한 삼성 용병담당 스카우트의 안내로 한인타운에서 점심 식사를 한 두 사람은 이발소를 찾아 단정하게 머리를 깎았다. 1월 중순께 소속팀의 전지훈련을 떠나면서 오랫동안 이발을 할 기회가 없었던 두 사람이기에 한인타운에 나온 김에 머리를 깎은 것이다. 거의 군인 장교 스타일의 머리 형태로 아주 짧게 깎았다.
일본전을 앞두고 삭발로 결의를 다진 것일까. 결과는 미신과는 안맞게 나와 한국이 또다시 숙적 일본을 2-1로 꺾고 4강 진출의 위업을 달성했다. 두 사람의 기가 막힌 마운드 계투작전은 이날도 위력을 발휘하며 일본 타선을 잠재운 것은 물론이다.
김 감독과 선 코치 외에 선수 중에서도 미국으로 건너오자마자 머리를 단정하게 정리한 선수들이 있었다. 이들은 주장 이종범과 좌타 외야수 이병규였다. 대표팀에서 1, 2번을 번갈아가며 맡고 있는 둘은 일본 1라운드에서 조 1위로 2라운드 진출을 확정짓고 연습을 위해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로 건너왔을 때 미용실을 찾았다.
긴 퍼머머리 스타일로 장발이었던 둘은 2라운드를 맞아 더욱 선전하기 위해 머리를 자른 것이다. 연습 때도 붙어다니는 둘은 "우리는 단타로 승부를 걸겠다"고 다짐을 했는데 16일 일본전서 기어이 일을 저질렀다. 8회초 1사 1루에서 1번 이병규가 중전안타를 때려 2, 3루의 득점찬스를 만들었고 2번 이종범이 주자일소 좌중간 2루타로 결승타를 날렸다.
한국대표팀의 4강 진출 뒤에는 이들 4명의 '삭발'의 힘이 있었다고 하면 지나친 억측일까. 하지만 공교롭게도 미국땅에서 결전을 앞두고 머리를 짜른 4명이 한국팀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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