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우에하라, 양보없는 '한솥밥' 맞대결
OSEN 기자
발행 2006.03.17 14: 06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길목에서 만났다.
이승엽과 우에하라 고지. 한솥밥을 먹고 있는 처지이지만 이번 만큼은 서로 양보할 수 없다. 그들에게는 조국의 명예가 걸려 있다.
오는 19일(한국시간) 정오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리는 WBC 4강전에서 둘은 창과 방패로 맞서게 된다. 이승엽이 한국 타선을 이끌고 있다면 우에하라는 일본이 갖고 있는 마지노선이다.
이번 대회 둘의 성적도 훌륭했다. 이승엽은 이제 국민타자, 아시아의 거포를 넘어 세계의 거포로 우뚝 섰다. 이번 대회 6경기에서 20타수 8안타(.400) 5홈런 10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홈런은 단독선두, 타점은 미국의 켄 그리피 주니어와 함께 공동선두다. 지난 4일 중국전부터 4연속경기 홈런을 기록, ‘이승엽 홈런=한국 승리’라는 공식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우에하라도 만만치 않은 성적이다. 이번 대회 2경기에 나와 10이닝을 던지면서 3실점, 방어율 2.70을 기록했다. 비록 팀이 역전패하는 바람에 빛이 바래기는 했지만 지난 13일 미국전에 선발로 등판,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당시 7안타를 내주면서도 위기관리능력을 발휘, 점수는 한 점 밖에 허용하지 않는 노련함이 돋보였다.
지난해 일본에 처음 도입된 인터리그 덕분에 소속 리그가 달랐던 둘은 정규 시즌에서 맞대결 기회가 있었다.
이승엽은 5월 24일 나가노에서 우에하라와 만나기 전까지 5연속경기 홈런 행진을 계속하고 있었다. 5월 18일 히로시마전부터 연속 아치를 그려내 이제 한 경기만 추가하면 1974년 알트만이 세웠던 6연속경기 홈런 팀 기록과 타이를 이룰 수 있었다. 왕정치 감독(1972년)과 한신에서 뛰었던 일본야구 역사상 최강의 용병 랜디 바스(1986년)가 7연속경기 홈런으로 일본 기록을 갖고 있는 분야여서 이승엽의 기록 도전은 상징적인 의미도 컸다.
하지만 우에하라를 만나면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 경기 전부터 “더 이상의 한류는 없다”고 장담했던 우에하라는 이승엽을 삼진 2개와 우익수 플라이로 제압했다. 이승엽은 6월 7일 다시 한 번 우에하라와 맞대결을 펼쳤다. 하지만 삼진 1개 포함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하고 말았다. 두 번 만나 7타수 무안타에 삼진만 3개를 당하고 말았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한솥밥을 먹게 됐지만 이승엽에게 또 한 번 우에하라와 맞대결 기회가 돌아왔다. 2월 19일 미야자키 선마린스타디움에서 열린 청백전이었다. 하지만 이승엽은 공 4개로 헛스윙 삼진을 당하고 말았다. 직구 2개로 카운트를 잡은 뒤 포크볼 2개를 연이어 던져 이승엽의 배트가 헛돌게 했다.
이승엽으로선 비록 우에하라가 팀 동료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인 승부에서 완패를 안겨준 장본인인 만큼 이번 4강전에서 뜨거운 맛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 셈이다.
WBC 아시아라운드가 시작됐던 지난 1일 이승엽은 ‘우에하라와 맞대결을 원하냐’는 일본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답변했다. 겁내서가 아니라 팀 동료와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을 펼치는 일은 피하고 싶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결국은 만났다. 그것도 결승에 진출하기 위해선 누군가 하나는 져야만 하는 승부다. 준결승전부터 투구수 제한이 95개로 늘어나는 만큼 한두 번의 맞대결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대회에서 보여주고 있는 이승엽의 상승세는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기세다. 우에하라라고 해서 결코 버거워 보이지 않는다. 과연 이승엽이 또 한 번 시원한 홈런포를 날려 한국에 결승전 티켓을 선물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nanga@osen.co.kr
이승엽이 지난 5일 일본전서 홈런을 날리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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