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촉발된 야구 열기가 뜨겁긴 뜨거운가 보다. 한국 야구를 바라보는 정치 사회 방송계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무엇보다 정치권에서의 반응이 빠르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지난 17일 WBC 4강 진출에 성공한 한국대표팀 선수들에게 병역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의 긍지를 세계 만방에 알린 WBC 야구선수들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해 주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결정에 따라 최희섭(LA) 김선우(콜로라도) 봉중근(신시내티) 등 해외파와 배영수 오승환(이상 삼성) 이범호 김태균(이상 한화) 전병두(기아) 정재훈(두산) 이진영(SK) 정성훈(현대) 등 11명이 혜택을 받게 됐다.
병역 특례가 원칙 없이 적용되고 있다는 일부의 반대 목소리 속에서도 정부와 여당은 상당히 신속하게 이번 결정을 내렸다.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공식화한 한나라당 박진 의원의 움직임도 기민하다. 박 의원은 한국 야구의 인프라 확보라는 장기적인 과제를 건드렸다.
박 의원은 17일 “6전 전승 4강 진출이라는 놀라운 결과는 미국과 일본에 비해 열악하기 짝이 없는 인프라 속에서 거둔 성과라 더욱 의미 있다”며 “돔 구장과 유소년 야구장 건설을 통해 세계 4강에 걸맞은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돔구장 건설은 한국 프로야구의 숙원사업이다. 2004년 서울시가 잠실 학생체육관 부지에 돔구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실제 추진은 되지 못하고 현재는 밑그림조차 없다.
박 의원은 대안으로 노원구의 도봉운전면허시험장과 서울 지하철공사 창동 차량기지를 이전해 7만 평의 부지를 확보한 뒤 멀티형 돔구장을 건설하는 안을 제시했다. 유소년 야구장은 중랑하수처리장을 지하화 하고 그 지상 공간을 활용한다는 방안이다.
정치권 움직임과는 별도로 야구 중흥을 외치는 팬들의 움직임도 있다. 19일 WBC 준결승 한일전 응원 이벤트가 그것이다. 프로야구단, 사회인야구협회, 인터넷 야구 동호회 등이 주최가 되어 잠실구장 문학구장 사직구장 대구구장 등에서 단체 응원을 펼칠 예정이다. 월드컵 축구 시즌의 뜨거웠던 거리응원을 야구에 적용해보자는 뜻에서 기획됐다.
잠실 구장 응원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는 이일재 LG 홍보팀장은 “축구는 긴장감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경기 특성상 거리 응원이 어울리지만 야구는 긴장도의 단절이 있어 경기장 응원이 더 낫다. 곧 시작될 프로야구 시즌까지 열기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방송계 쪽에서는 오락과 응원이 결합된 예능프로그램을 발 빠르게 선보이고 있다. SBS는 주말 저녁 대표 예능프로그램인 ‘일요일이 좋다’에서 스타 응원단을 샌디에이고 현지에 파견했다. 강병규 서경석 쥬얼리 채연 구준엽 에픽하이 등 인기 연예인으로 구성된 응원단은 19일 4강 토너먼트가 열리는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띤 응원전을 펼칠 예정이다. 이른바 방송 프로그램의 ‘야구 마케팅’이 시작된 셈이다.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모처럼 찾아온 야구 열기에 잔뜩 고무되어 있다. 덩달아 흥분하기 보다는 사회 전반에 달아오른 열기를 프로야구 활성화로 연착륙시키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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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구장 건설의 필요성을 역설한 한나라당 박진 의원(왼쪽)과 대표팀 응원을 떠나는 프로야구 선수 출신 MC 강병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