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WBC에서 우려하던 사태가 벌어졌다. 미국이 주최국의 만용을 잔뜩 부려 만들어 놓은 밥상을 엉뚱하게 일본이 먹었다.
이번 대회는 철저하게 주최국 미국의 계산 아래 진행됐다. 지난 13일 일본전, 17일 멕시코전에서 나온 오심은 미국이 만들어 놓은 거대한 '음모'의 일각에 불과했다. 주최국의 음모는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는 대진 문제다.
예선 1, 2라운드와 4강 토너먼트로 진행되는 대회 대진표에서 예선 2라운드와 4강 토너먼트는 철저하게 미국에 유리하도록 짜였다. 미국은 비교적 상대하기가 편한 상대인 한국 일본 멕시코를 2라운드 A조에, 껄끄러운 상대인 아마 최강 쿠바와 메이저리그 현역선수들로 구성된 도미니카공화국 푸에르토리코 베네수엘라를 B조에 몰아 넣었다.
더욱 웃기는 점은 예선 2라운드에서 같은 조에 편성됐던 팀끼리 준결승전을 치르도록 4강 토너먼트 대진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A조 1위가 B조 2위와 붙는 크로스 토너먼트가 아니라 A조 1위가 A조 2위와 준결승전을 치르게 해 놨다.
결국 미국은 A조 예선, 준결승전을 힘들이지 않고 통과해 결승전까지 한 방에 갈 수 있는 길을 닦아 놓았다.
그러나 이런 미국의 음모는 한국의 선전으로 와해되고 말았다. 지난 14일 한국에 일격을 맞은 미국은 17일 멕시코전에서 또 한 번 심판을 동원한 준동을 펼쳤지만 예선 2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당하고 말았다.
문제는 이런 음모 덕에 엉뚱하게 이익을 본 팀이 나왔다는 것이다.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 미국의 오심 파동이 있기는 했지만 예선 탈락의 목전에까지 갔던 팀이다. 2라운드 1승 2패의 초라한 성적을 거두고 실점률에서 앞서 간신히 4강에 진출했다.
그러나 준결승전에서 다시 한국을 만나게 된 대진표는 일본으로선 엄청난 행운이었다. 미국의 계산대로라면 미국이 누려야 할 혜택을 일본이 차지한 셈이다. 일본과 한국은 1, 2차 예선을 거쳐 세 번째 붙었다. 객관적으로 전력이 앞선 팀인 일본이 한국을 한 번은 이길 때까지 붙어 보는 구조가 됐다.
미국의 음모는 한국으로서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악재로 작용했다. 준결승전에서 하필 일본에 참패하는 결과로 귀결됐고 예선 2라운드에서 기사회생한 일본은 결승 진출까지 밥상을 거저 먹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러기에 옛 선현들은 만사를 순리대로 하라 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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