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게 있어서 4강은 '死강'인가?
한국 축구와 야구가 약체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세계 무대에서 4강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올렸지만 아쉽게도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하고 결승전에 오르지 못해 아쉬움을 던지고 있다.
'명장'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1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전에서 일본과 맞섰지만 마지막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일본에게 결승전 티켓을 내주고 말았다.
야구뿐만 아니라 축구에서도 엄연히 '4강 징크스'는 존재했다.
세계 무대를 깜짝 놀라게 하며 4강까지 올랐던 첫 사례는 바로 1983년 멕시코에서 열렸던 세계청소년선수권이었다. 당시 박종환 감독이 이끌던 한국 청소년 대표팀은 6월 3일 열렸던 예선 1차전에서 스코틀랜드에 0-2로 완패했지만 6월 5일 홈팀 멕시코를 2-1로 꺾은 뒤 6월 8일 3차전에서도 호주는 2-1로 제압하고 8강에 진출했다.
'박종환 사단'은 이에 그치지 않고 8강전에서 신연호의 2골 수훈에 힘입어 우루과이를 2-1로 제압하고 4강까지 올라 세계 축구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그러나 '신데렐라' 한국의 승승장구는 여기까지였다. 김종부의 선제골이 터졌지만 강호 브라질에게 1-2로 무릎을 꿇은 뒤 3~4위전에서도 폴란드에게 1-2로 져 4위에 머물렀다. 4위도 뛰어난 성적이었지만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시간은 흘러 17년 뒤인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김응용 감독이 이끌던 야구 대표팀이 아쉽게 4강 문턱에서 또 다시 좌절했다. 상대는 8회말 만루홈런으로 예선에서 0-4로 무릎을 꿇었던 미국. 한국은 통한의 만루홈런으로 당한 패배를 갚겠다는 정신력으로 나왔고 9회말 1사 1루 상황까지 2-1로 앞서며 결승전 진출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박석진이 예선전에서 한국에게 만루홈런을 뽑아냈던 덕 민케이비치에게 역전 결승 홈런을 얻어맞으며 2-3으로 역전패, 3~4위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결국 3~4위전에서도 이승엽과 구대성의 활약으로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차지했지만 준결승전 7회 미국 공격때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1점을 헌납했던 터여서 아쉬움이 컸다.
2년 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조 예선에서 폴란드와 '우승 후보' 포르투갈을 꺾는 대파란을 일으키며 16강에 진출한 뒤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유럽의 강호를 모두 꺾고 4강까지 올랐다. 월드컵 무대에서 4강까지 오르며 '신데렐라'로 떠오른 한국은 내심 요코하마에서 브라질과의 결승전까지 꿈꿨지만 결국 '전차 군단' 독일의 벽을 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0-0으로 팽팽하게 맞섰지만 미하엘 발락에게 후반 30분 선제 결승골을 허용한 뒤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4년 뒤 WBC 무대에서 '잘해야 8강'이라는 예상을 보기좋게 뒤집고 6전 전승으로 4강까지 승승장구했다. 6연승 4강행은 4개팀 가운데 한국만 유일한 것이었으나 단 한 번의 패배로 결승까지 오르지 못했고 일본은 3패나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쿠바와 첫 대회 우승을 다투게 됐다.
100년이 훨씬 넘는 역사를 가진 미국까지 뛰어넘은 한국의 4강은 분명 뛰어난 것이고 눈부신 기록이지만 결승 진출 발목을 잡은 팀이 다른 누구도 아닌, 이전 경기에서 모두 꺾었던 일본이었기에 그 아쉬움은 클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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