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벌어질 예정이던 시범경기 2게임이 취소됐다. LG-현대(수원), SK-한화(대전) 두 경기다.
당초 예정됐던 4경기 중 전날 우천 취소된 바 있는 두산-삼성(제주), 기아-롯데(마산) 경기는 예정대로 진행했지만 이들 두 게임은 하루 전인 18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의해 취소가 공지됐다.
이유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비슷한 시각 WBC 준결승전 한국-일본전이 열렸고 이 경기가 TV 등을 통해 생중계됐기 때문이다. 시범경기가 오후 1시에 시작되므로 이미 정오께 경기에 들어간 WBC 준결승전과 겹친다고 보았던 셈이다.
굳이 명분을 붙이자면 ‘한국이 결승전에 올라갈 수 있도록 온 국민이 성원을 보내자는 의미에서 시범경기 두 경기는 취소했다’쯤 될 것이다. 까놓고 이야기 하면 ‘어차피 보러 올 사람도 없는데 그냥 취소하자’가 될 터이다.
하지만 시범경기 두 경기쯤은 하루 전에 취소해도 된다는 KBO의 발상은 ‘단견’이라는 느낌이다.
시범경기는 왜 하는가. 구단으로선 전력 점검과 선수들에게 경기 감각을 익히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 한 해 농사계획을 구체화시키는 과정이다. 팬에게는 ‘이제 페넌트레이스가 시작됩니다’라고 알리는 행사다.
새롭게 들어온 선수, 트레이드를 통해 유니폼을 바꿔 입은 선수, FA로 대박을 터트린 선수들이 겨우내 어떻게 기량을 쌓았나 살펴 보면서 페넌트레이스에서의 활약을 미리 점쳐보는 기회가 시범경기다.
영화로 치면 사전 예고편이고 새로 나온 자동차로 치면 제작 발표회나 다름 없다. 페넌트레이스에서 붐 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이벤트인 셈이다.
이런 시범경기를 KBO가 나서서 엎어 버렸다.
혹자는 기회 비용을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열리는 시범경기 보는 것 보다 국가대표팀 경기 보는 것이 프로야구 붐업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그건 팬들이 선택할 문제이지 KBO가 먼저 나서서 판을 엎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또 페넌트레이스를 준비하느라 구슬땀을 흘렸던 국가대표 아닌 야구 선수들은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같은 시각 일본도 시범경기가 예정돼 있었다. 이날은 일요일인 만큼 12개 구단이 전부 시범경기 일정이 있었고 경기 시각도 5경기가 오후 1시, 나머지 한신과 히로시마전이 오후 1시 30분이었다.
그럼 한국의 맞상대였던 일본은 어떻게 했을까. 당연히 6경기 다 열렸다. 이 중 최고 인기구단 요미우리와 지난해 일본시리즈 우승팀 롯데가 맞대결을 펼친 지바 마린스타디움에 2만 2602명의 팬이 찾은 것을 비롯 3개 구장에서 1만 명 이상 관중을 동원했다. WBC 개최국 미국 메이저리그 또한 플로리다와 애리조나에서 당연히 시범경기를 치렀다.
KBO는 이전에도 어쩌다 한 번 선심 쓰듯 붙는 공중파 방송의 중계를 이유로 경기시간을 바꿔 더운 여름에까지 대낮에 경기를 연 적이 있었다. 이 때문에 선수와 팬들은 염천에 시달리기도 했다.
프로스포츠가 흥행을 위해 가장 지켜야 할 것이 ‘정해진 경기는 반드시 열린다’는 믿음을 팬에게 주는 것이다. 그래야 일일이 경기 일정을 확인하는 수고 없이 편하게 운동장을 찾는 계획을 세울 것 아닌가. 유랑극단 처럼 모처럼 마음 먹고 가 보니 천막 쳤던 자리만 남아 있다면 누가 다시 운동장을 찾으려 하겠는가.
KBO는 아마추어 종목을 대표하는 기구가 아니라 스포츠 비즈니스를 관장하는 단체다. 경기 일정에서부터 팬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고서는 유랑극단과 다를 게 없다. 시범경기는 원래 입장료를 받지 않으므로 악천후나 천재지변이 없어도 그냥 취소해 버려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문제다.
이번 시범경기 취소는 몇 년만에 한 번씩 열리는 국제대회 성적에 기대해 흥행 성공을 노리겠다는 계산 속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KBO가 적극적으로 나서 꾸준히 씨를 뿌려야 우리도 시범경기 관중 1만 명이 예사인 시대를 볼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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