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에서부터 공이 안좋았습니다".
지난 19일 일본과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결승전에 구원 등판, 7회 후쿠도메에게 투런 선제 결승 홈런을 허용한 '한국산 핵잠수함' 김병현(27.콜로라도 로키스)이 연투로 인한 피로로 구위가 안좋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경기 후 만난 대표팀 포수 진갑용(32.삼성)은 "불펜에서 대기할 때 내가 공을 받았는데 공끝이 좋지 않았다. 은근히 걱정을 했는데 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고 밝혔다.
진갑용은 또 "해외파 투수들이 이번 대회에서 정말 열심히 했다. 연일 계속되는 투구로 모두 지쳐 있었다"면서 "막판에 김병현을 비롯해 해외파 투수들 모두가 매우 피곤해 했다"고 덧붙였다.
사실 김병현과 함께 '한국팀 불펜의 쌍두마차'였던 구대성(37.한화)도 이날 일본전을 앞두고는 옆구리에 담이 걸려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구대성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면서 한국팀은 그동안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던 계투작전'에 차질이 빚어졌고 김병현이 7회 무사 2루의 긴급한 상황에서 구원 등판했다가 불의의 일격을 당한 것이다.
김병현은 대표팀이 미국으로 건너와 2라운드를 치른 4경기 중 3경기에 구원등판하는 강행군을 펼쳤으나 막판에 피로가 쌓여 공끝이 무뎌진 것이다. 지난 12일 멕시코전서는 등판도 하지 못한 채 4회부터 8회까지 불펜에서 몸만 풀어 등판한 것보다 더한 피로가 쌓이기도 했다. 천하의 김병현도 '피로' 앞에서는 힘을 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진갑용은 그러면서 이번 대회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치밀하게 준비를 못한 점도 탓했다. 일본은 불펜 전담포수를 데려와서 운용하고 있는 반면에 한국은 대회조직위에서 고용한 '공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불펜포수'와 호흡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진갑용과 조인성(LG)이 선발 출장하지 않을 때 번갈아 구원 투수들의 불펜 대기 투구를 받아줬다고 한다. 그 탓에 우리 구원 투수들의 정확한 볼 상태를 좀 더 지속적으로 체크하기가 힘들었다는 것이 진갑용의 설명이었다.
일본전서 김병현 대신 나갈 투수가 있었다면, 김병현의 구위를 꾸준히 체크하고 있던 불펜 전담포수가 있었다면 과연 상황이 어떻게 됐을까 궁금하다.
한편 김병현은 전날 뼈아픈 홈런을 허용했지만 크게 실망하지 않고 20일 팀의 스프링 캠프인 애리조나주 투산으로 선배 김선우와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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