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 영화전문기자]떠돌이 악사 황정민과 카바레 웨이터 류승범이 스크린에서 다시 만났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함께 찍은지 5년만이다. 이번에는 누가 더 나쁜 놈인지를 놓고 사생결단으로 승부한다. 최호 감독의 정통 누아르 ‘사생결단’(MK픽처스)이다.
짧은 세월 동안 두 배우에게 뽕밭은 바다로 변했다.
중견 연극배우였던 황정민은 당시 영화 출연은 ‘장군의 아들’과 ‘쉬리’에서 단역을 맡았던 게 고작이었다. 류승범은 친형 류승완의 단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데뷔해서 조금 관심을 끌기 시작한 신인.
임순례 감독이 깔아놓은 와이키키 해안에서 두 배우는 연어가 바다를 만난 듯 활개를 쳤다. 영화판 선수들이 황정민과 류승범을 ‘진짜 선수’로 인정하는 계기였다. 그리고 5년 뒤, 이 둘의 이름은 충무로의 간판배우로 성장했다.
‘사생결단’은 나쁜 놈과 더 나쁜 놈을 가리는 영화다.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하다. 복수심에 불타는 강력계 형사 도 경장(황정민)은 마약밀매 조직의 두목을 잡기위해 어떤 수단이건 합리화시키려고 한다. 마약중간판매상 이상도(류승범)는 도 경장의 정보원으로 덜미를 잡혀있지만 순순히 당하는 인물이 아니다. 도 경장으로 인해 죽느냐, 사느냐의 궁지에 몰린 그는 혼자 당할 생각이 조금도 없다.
영화 속 도 경장은 “어데 가노 증거물 다 타뿟는데, 이 XX 죄를 입증할 유일한 증인이 어델 가노?”라며 이상도를 몰아부친다. 거친 부산의 마약 뒷골목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이상도가 만만할리 없다. “내 드가문 같이 죽는데. 잊으셨나요? 갱장님 앞으로 각서(쓴 거)”라고 받아친다.
이 둘과 조폭, 경찰, 마약조직이 합해지면서 아비규환 싸움판이 벌어진다. 100% 부산 올로케로 촬영됐다.
마산 출신의 황정민은 경상도 사투리 연기가 언제봐도 일품이다. ‘내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 형사 역을 맡았을 때도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섞어 엄정화와의 달콤한 로맨스를 만들었다. 류승범이 ‘사생결단’에서 어색하지 않은 사투리 연기를 할수있었던데는 그의 도움이 컸다.
힘들고 고달팠던 ‘와이키키’ 촬영 시절부터 다져진 류승범과 황정민의 우애는 친형제 버금간다. ‘사생결단’을 찍으며 서로의 연기를 모니터해주고 의견을 나눴고 산고 끝에 볼만한 누아르 한편을 출산했다. 현재 후반 작업중인 ‘사생결단’은 2006년 4월말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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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생결단’의 한 장면(MK픽처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