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창사 15주년을 기념해 야심작으로 내놓은 사극 ‘서동요’가 지난 21일 7개월간의 여정을 끝내고 막을 내렸다. ‘서동요’는 흥행 면에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최종회 시청률 25%(TNS 미디어 코리아 집계)로 월화드라마 시간대 시청률 맹주라는 자취를 남겼다.
16살짜리 방송 후발 주자 SBS에 ‘서동요’가 던져 준 의미도 크다. 기존 사극 제작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여인천하’ ‘왕의 여자’ 등으로 사극의 맥을 근근이 이어 오던 SBS가 사극에서도 경쟁사보다 한발 먼저 가보자는 의도에서 출발한 드라마가 ‘서동요’이다. TV 사극에서 이미 검증을 받은 조선, 고려시대가 아닌, 백제사를 최초로 조명해보자는 모험이 ‘서동요’에 깔려 있었다.
그러나 역시 백제-신라의 역사는 만만치 않았다. 불후의 ‘대장금’을 만든 이병훈 PD-김영현 작가의 명콤비가 ‘서동요’에 버티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작품성은 둘째치고 시청률 경쟁에서도 맥을 못 출 뻔했다. 허술한 미술장치, 초라하기 짝이 없는 세트 규모 등은 이 분명 드라마의 흥행실패 요인이었다.
위험했던 정황은 김영현 작가의 말에서도 드러난다. 김 작가는 2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종방연에서 “드라마가 처음 기획과는 많이 다르게 흘러갔다”고 밝혔다. ‘서동요’는 “과학과 정치와 멜로가 담긴 사극을 만들고 싶다”는 의도에서 나왔다. 이병훈-김영현 콤비가 ‘대장금’에서 음식과 궁중문화 그리고 멜로를 융합시킨 것과 마찬가지 공식이다.
그러나 ‘서동요’에서 과학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배경은 그럴 듯했다. 태학사라고 하는 백제의 고급기술기관이 등장했고 이창훈이 연기했던 목라수 박사는 태학사 최고의 기술자였다. 주인공인 서동도 뛰어난 기술자가 되기를 꿈꾸는 인물로 꾸며졌다.
문제는 과학기술의 현실화에 있었다. ‘대장금’에서는 당시에도 통했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음식문화가 있어 시대를 넘는 공감대가 가능했지만 백제시대의 과학 기술을 현실화시킬 방법이 난제였다.
김영현 작가는 “목라수와 서동의 연구 결과로 백성들의 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었던 그 무엇, 즉 그러한 물건으로 보여 주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결국 ‘서동요’에서 과학은 점점 힘을 잃어갔고 서동이 무왕이 되는 정치적 과정과 선화공주와의 멜로만 남았다는 김영현 작가의 자평이다.
TV 드라마에서 백제와 신라는 너무나 낯선 역사다. 서동요만 해도 서동이 선화공주를 얻기 위해 불렀다는 고대시가 정도로만 알려져 있지 서동요에 숨겨져 있는 백제 왕실의 구도, 백제와 신라의 정치적 갈등, 고구려-백제-신라 및 당나라가 얽힌 역학 관계 등에 대한 이해는 그리 깊지 않다.
‘낯선 사극’은 자칫하면 당시의 정치적 배경을 설명하느라 시간을 다 허비할 수도 있다. 사람이름에서부터 관직명, 풍습과 제도 등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데 정치적 배경에 대한 이해까지 없다면 드라마는 결국 멜로밖에 남을 것이 없다.
‘서동요’에서의 이런 교훈을 장차 시작할 대하드라마들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SBS TV ‘연개소문’과 MBC TV의 ‘태왕사신기’ ‘주몽’ 등이 모두 고구려 시대를 다룰 사극들이다. 역사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이 되어야만 감동도 커질 수 있는 드라마들이다.
드라마가 정치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멜로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아니면 제 3의 새로운 장치를 심을 것인지 그 목적을 뚜렷이 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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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요'의 주요 출연자들. 왼쪽부터 조현재 이보영 구혜선 류진. 아래 사진은 21일 '서동요' 종방연에서 SBS로부터 감사패를 받고 인사말을 하고 있는 김영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