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TV 드라마 스페셜 ‘불량가족’(이희명 극본, 유인식 연출)이 수목드라마의 강자로 급 상승세다. 지난 22일 첫 방송 돼 11.4%의 시청률(TNS 미디어 코리아 집계)로 출발했던 ‘불량가족’은 23일 2회분에서는 14%를 기록, 무서운 상승세를 보였다.
시청률 호조의 비결은 ‘가벼운 재미’에서 시작한다. 드라마의 흐름에 구김살이 없고 유쾌하다. 교통사고로 가족 전부를 한꺼번에 잃어버린 충격 때문에 기억상실에 걸린 나림이의 병을 고치기 위해 일곱 ‘불량인’들이 임시 가족을 일군다는 설정에서 출발한 드라마는 시작부터 좌충우돌이지만 그 충돌에는 심각함보다는 유쾌한 웃음이 더 많다.
이런 접근 방식은 유인식 PD의 전작인 ‘불량주부’에서도 이미 효과를 발휘한 바 있다. 갑갑한 현실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면서도 그 화법의 기초는 유쾌함이다.
여기에 임현식 여운계 금보라 강남길 등 노련미 넘치는 연기자들이 만들어 내는 인간군상은 시장 한구석에서, 지하철 찻간에서, 이웃집 앞마당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그런 사람의 모습이다.
남자 주인공 ‘오달건’ 김명민은 역설의 미학으로 웃음을 제공하고 있다. 1회에서 김명민은 뱃멀미로 고생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전작인 ‘불멸의 이순신’에서 조선 수군을 호령하던 이순신 장군의 잔상을 떨쳐버리려는 상징이다. 뱃멀미와 이순신 장군은 서로 연결이 되지 않는다.
2회에서 오달건은 더욱 강한 역설의 주인공이 된다. 임현식 여운계 등 불량 구성원들을 말 한마디로 벌벌 떨게 만드는 오달건이지만 ‘소녀 가장 김양아’ 남상미의 공격에는 한 방에 나가 떨어지는 ‘나약한 건달’이다.
오달건이 임시 가족을 모아놓고 하는 일장연설은 더 가관이다. 가족 행세를 등한시하는 구성원들에게 “가족을 어떻게 바꿔 이 인간들아, 가족이 마음에 안 든다고 바꾸고 그래? 한번 가족이면 끝까지 가족이야!”라고 소리 지른다. 불량한 구성원들을 앞에 놓고 가정은 무조건 화목해야 한다는 건달 오달건의 열변은 역설의 극치다.
그래도 이런 역설이 재미있는 것은 눈물이 핑 도는 무거운 상황에서도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으려는 재치 덕분이다. 조기동 역으로 나오는 강남길은 기러기 아빠로 가정에 헌신했지만 아내와 자녀에게 배신당한 중년남자이다. 그러나 그 슬픈 사연을 털어놓는 상황조차도 코믹하기 짝이 없다. 가슴 찡한 감동이 있지만 그 감동을 억지로 오래 늘리려거나 과장하지 않는다.
하긴 불량 구성원들이 임시 가정을 만들면서 가정의 진짜 모습을 찾아간다는 설정 자체가 역설 덩어리이다. ‘불량가족’의 그 유쾌한 화법이 인기 상승의 비결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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