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드라마 ‘넌 어느 별에서 왔니’(정유경 극본, 표민수 한주석 연출)가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현재 4회분이 방송된 ‘넌 어느 별...’의 장점은 극의 빠른 전개와 김래원 정려원 강정화 박시후 등 주연배우들을 비롯한 출연자들의 호연이다. 특히 순박한 강원도 두메산골 처녀로 변신한 정려원의 연기는 단연 눈에 띈다.
정려원이 맡은 복실은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가진 캐릭터다. 복실은 도시생활을 동경하지만 연탄가스 때문에 정신연령이 10살 수준 밖에 되지 않는 엄마와 함께 강원도 두메산골에 살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 속 복실이는 강원도 사투리를 쓰지 않는다. 복실이의 말투는 분명 촌스럽지만 그 억양은 강원도 사투리는 아니다. 20년동안 강원도에서 살았다면 유창하지는 않더라도 조금은 강원도 사투리가 나올 법도 한데 말이다.
사실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정려원은 강원도 사투리를 연습했다. 정려원은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캐릭터를 소화하는데 별 문제가 없을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 하지만 제작진은 복실이의 사투리가 극의 흐름을 크게 좌우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결국 복실이가 강원도 사투리를 쓰지 않는 것으로 설정했다.
사실 사투리로 연기하는 것은 배우들에게는 부담감이 두 배 아니 그 이상 큰 부담감으로 작용한다. 배우는 먼저 캐릭터를 연구하고 사투리도 연습도 병행한다. 하지만 사투리는 주로 표준어를 사용하는 연예인들에게는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한 영화배우는 ‘연기도 어렵고 사투리도 어렵지만 가장 어려운 것은 사투리를 하며 연기하는 것이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게다가 열심히 사투리를 연습했건만 조그마한 흠 때문에 ‘왠지 어설프다’는 냉담한 평가를 받기 일쑤다. 차라리 그럴 바에야 드라마가 허구라는 점을 감안해 오히려 사투리 연습보다는 캐릭터 몰입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넌 어느 별...’에서 정려원의 말투는 강원도 사투리가 아니라는 아쉬움은 있지만 복실이의 캐릭터와 절묘하게 어울릴 정도로 촌스럽다. 무엇인가 어설퍼 보이는 말투는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다. 사투리에 부담감이 줄어든 까닭인지 정려원은 ‘실제 시골출신이 아닐까?’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복실이라는 캐릭터를 소화해내고 있다.
지금껏 지방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 속 등장인물들(일일이 거론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많다)은 그 지방의 사투리를 사용했다. 연기자들은 자신이 소화해야 캐릭터를 분석하고 심지어 수개월에 걸친 특훈을 하면서까지 사투리 연기에 힘을 쏟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등장인물들이 꼭 사투리를 써야만 드라마가 재미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사투리는 단지 ‘언어의 유희’일 뿐 작품의 재미는 등장인물들이 만들어가는 복잡한 관계에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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