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가수로, 직장인으로, 다시 노래하는 시인으로 30년을 지내온 '나무 자전거'의 강인봉(40). 통기타 하나 달랑 들고 대표곡인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을 읊조리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세상 걱정 하나 없는 이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9살 때 이미 ‘작은 별 가족’에서 노래를 불렀던 천재 소년에서 그룹 ‘세발 자전거’(1994년), ‘자전거 탄 풍경’(2001년), 그리고 작년 5월부터 ‘나무 자전거’를 꾸려 온 그이지만 요즘 와서 느끼는 노래에 대한 소회는 남다르다. ‘나무 자전거’는 ‘세발 자전거’ 이후 잠시도 곁을 떠난 적이 없는 멤버 김형섭(38)과 구성한 노래 그룹이다.
강인봉, 김형섭 두 멤버의 마음을 허탈하게 하는 사건이 하나 있었다. 이들은 최근 SBS TV 예능프로그램인 ‘일요일이 좋다’-X맨에 출연했다. 출연 배경이 있다.
X맨의 감초 출연자 하하가 유행어로 만들기 위해 수시로 내뱉던 ‘난 죽지 않아’라는 말을 노래로 만들 기회가 있었다. 하하가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생방송 도중 ‘죽지 않아’라는 말에 나무 자전거가 즉석에서 음을 붙여 봤는데 그것이 일명 ‘죽지 않아 송’이다. 이 노래(?)는 전파를 타자 마자 “좋다. 재미있다”는 청취자들의 반응이 쏟아졌다.
‘죽지 않아 송’에 자신이 생긴 하하가 X맨 담당 PD에게 출연을 의뢰했고 그래서 이뤄진 게 나무 자전거의 X맨 등장이었다.
그런데 이 작은 일이 나무 자전거에게는 큰 사건이 되었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들이 “야, ‘죽지 않아’다”를 외치는 일이 생기는가 하면 잠시 잊고 지냈던 이벤트 기획자가 “다시 활동을 시작했느냐”는 전화를 걸어오기도 했다.
사실 나무 자전거는 작년 5월 첫 앨범을 냈고 그 사이 3번의 정기 공연을 가졌다. 오는 31일부터 내달 2일까지는 대학로 질러홀에서 ‘나이테+4 꽃을 든 남자’라는 제목의, 네 번째 정기 공연도 갖는다.
강인봉의 말 한마디가 귓전을 때린다. “지난 1년간 가수로 활동한 것 보다 X맨에 30초간 나간 것이 더 반향이 크더라”고 했다. “왜 그 많은 가수들이, 배우들이 본업을 접어두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뛰어 노는지 이유를 알겠더라”는 말도 뒤따랐다. ‘전영혁의 음악세계’ 20주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가수는 가수로, DJ는 DJ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 DJ 전영혁 씨의 말이 새삼 떠오른다.
가수가 가수답지 못하고 배우가 배우답지 못하도록 만든 세태가 한 우물을 판 이들에게는 점점 낯설어 지는 게 아닌가 싶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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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자전거’ 멤버 강인봉과 김형섭. /박영태 기자 ds3fa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