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 영화전문기자]올 봄 극장가에 절대 지존이 사라졌다. 매주 박스오피스 1위 자리가 바뀌는 혼전 양상이다. 막대한 마케팅 비용의 힘으로 개봉 첫주에 반짝하고는 바로 꼬리를 내리는 한국 영화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른바 ‘7일 천하’다.
권상우 김하늘 커플의 ‘청춘만화’는 지난 주말(24~26일) 영화진흥위원회 집계 국내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했다. 개봉 첫주말 스코어 54만명으로 기세가 등등하다. 그러나 코미디라고 해야할지, 멜로로 불러야할지 헷갈리는 이 영화의 흥행 추이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관객들의 입소문이 극장 매표구에 면도칼을 들이대는 시점은 정확히 개봉 둘째주부터다.
3월 셋째주인 17~19일에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이 선두였다. 개봉 첫주에 28만명을 동원했다. 문소리의 과감한 노출을 강조한 이 영화는 80년대 인터넷에서 회자됐던 청소년들의 셀프 섹스 동영상 ‘빨간 마후라’까지 홍보에 이용했지만 관객 기만은 여기까지. 에로틱 코미디를 기대했던 관객들이 각종 인터넷 영화평에 악성 리플을 달면서 다음주 5위(9만7000명)로 떨어졌다.
네덜란드 올 로케에 정우성 전지현 이성재 등 톱스타들을 앞세운 멜로‘데이지’도 둘째주(10~12) 한주동안 흥행 1위를 유지하는데 그쳤다. 개봉 첫주말 스코어는 41만명. 역시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처럼 그 다음주에는 박스오피스 5위(14만명)로 급전직하했다.
첫째주(3~5일)는 사극 코미디 ‘음란서생’이 2월말에 이어 2주연속 선두를 유지했다. 경쟁할만한 한국영화 개봉이 없었던데다 전국 320개 스크린으로 물량공세를 펼친 덕분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웃길 것을 전제로 한 코미디 영화들은 차라리 질긴 흥행력을 선보였다. 봉태규가 첫 단독주연으로 나선 학원 코미디 ‘방과후 옥상’은 지난 2주동안 2위 자리를 고수했다. 최성국이 “다른 평가는 필요없다. 오로지 관객을 웃길뿐”이라고 솔직하게 얘기한 ‘구세주’도 2월 한달동안‘왕의 남자’와 경쟁하며 줄곧 박스오피스 상위권으로 밀고나갔다.
스타 캐스팅과 마케팅 비용에 의존하는 한국 영화들이 연달아 ‘7일 천하’로 물러나는 최근의 박스오피스 경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화 개봉전에 없는 일도 부풀려서 떠드는 홍보 전략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 참고로 한국영화 흥행신기록 행진중인 ‘왕의 남자’는 별다른 마케팅없이 영화 자체의 힘으로 밀고나가 대성공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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