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대표팀이 일본 후쿠오카에서 합동훈련을 가질 때였다. 선수들이 훈련 중 잠시 휴식을 취할 때 '한국산 핵잠수함' 김병현(27.콜로라도 로키스)과 덕아웃에서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기자는 이런 저런 얘기 끝에 김병현에게 "아무리 그래도 한 시즌에 200이닝 이상 던지는 것은 쉽지 않지 않냐. 연장 계약조건이 너무 심하다"고 물었다. 그러자 김병현은 "그건 잘 모르겠고요. 내가 알기로는 170이닝부터 10이닝씩에 인센티브가 걸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이상은 나도 잘 모르겠다"고 짧게 답했다.
김병현에 따르면 '200이닝에 무조건 계약연장이 아니라 170이닝 이상부터 인센티브가 걸려 있고 계약연장 여부는 시즌 후 구단의 판단에 달려 있다'는 것이었다.
김병현 자신도 복잡해서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지난 겨울의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 내용의 일부가 밝혀졌다. 콜로라도 지역지인 '로키 마운틴뉴스'는 31일(이하 한국시간) 햄스트링 부상으로 시즌 개막을 부상자 명단(DL)에 올라 맞을지도 모르는 김병현의 올 시즌 계약 내용을 소개했다.
이 신문은 '김병현이 올해 기본 연봉 125만 달러에 2007년 팀이 옵션을 거부할 경우 바이아웃 보상금 25만 달러를 포함하면 150만 달러을 받을 수 있다. 또 170이닝 이상부터 210이닝까지 10이닝씩에 20만 달러씩의 인센티브를 받기로 돼 있다'고 게재했다. 즉 지금까지 알려진 '200이닝 이상을 채워야만 계약이 연장된다'는 것과는 다른 내용이다.
김병현이 밝힌 내용처럼 '170이닝부터 10이닝씩에 최대 100만 달러까지 인센티브가 걸려 있다는 것이 200이닝 계약 연장조건'으로 잘못 전해졌던 것이다. 결국 김병현이 올 시즌 170이닝 이상 투구하면 인센티브를 받게 되고 콜로라도 구단이 2007시즌 옵션을 행사하면 내년 연봉은 400만 달러가 된다. 2년 계약에 최대 625만 달러를 받는 것으로 이전 보스턴 레드삭스때 받은 2년 1000만 달러보다는 적지만 형편없이 나쁜 계약내용은 아닌 것이다.
이밖에 '로키 마운틴 뉴스'는 올스타 선정 2만 5000달러, 사이영상 수상 10만 달러, 사이영상 투표 2~5위까지 5만 달러, 골드글러브 수상 2만 5000달러, 재기상 수상 2만 5000달러, 리그 챔피언십시리즈 MVP 선정 7만 5000달러, 월드시리즈 MVP 선정 10만 달러 등의 일반적인 보너스 계약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소개했다.
지난 겨울 자신은 국내에서 훈련에만 몰두하며 콜로라도와의 계약에 대해선 에이전트(빅터 리)에게 전적으로 맡겼던 김병현은 "돈보다는 선발투수 보장이란 점 때문에 콜로라도에 잔류했다. 구원투수로는 원하던 구단들도 많았다"고 밝혔듯 올해는 '붙박이 선발투수'로서 기필코 성공하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김병현이 시즌 개막을 앞두고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정상 출장 여부가 불투명해졌지만 당초 알려졌던 '200이닝 기준선'이 아닌 '170이닝 기준선'부터 시작하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김병현의 지난해 활약상에 비춰볼 때 '170이닝 이상'은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한 시즌 동안 선발 투수가 33~35경기에 등판한다고 볼 때 170이닝 이상 던지려면 매경기 6이닝 이상만 던져주면 가능하다. 200이닝 이상이 기준이었다면 매경기 7이닝 이상을 채워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지난해 선발로 22경기에서 125⅔이닝을 던져 경기당 5⅔이닝 꼴인 김병현으로선 부상으로 시즌 초반 2번 정도의 선발 등판을 거른다 해도 '170이닝 이상'은 충분히 채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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