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서바이벌, ‘자르기 쇼냐 키우기 쇼냐’
OSEN 기자
발행 2006.04.01 08: 50

‘자르기 쇼냐, 키우기 쇼냐’.
SBS가 10회 분량으로 시작한 리얼리티 프로그램 ‘슈퍼스타 서바이벌’에 쏟아지는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 정서에 거부감이 많은 ‘리얼리티’ 형식을 취한 ‘슈퍼스타 서바이벌’은 2회가 방송된 현재 계속해서 부정적인 평가만 쏟아지고 있다. 연예계 스타를 지망하는 어린 청소년들의 꿈을 방송사가 너무 상업적으로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다.
이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들고 나온 논리가 “슈퍼스타 서바이벌은 12명의 후보자를 떨어뜨리기 위함이 아니라 차세대 한류 스타를 키우기 위함”이라는 의미 부여다. 12명의 후보 중에서 떨어지는 11명을 주목하지 말고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1명에 초점을 맞춰달라는 주문이다. 자르기 쇼가 아니라 미래 스타를 키우는 쇼라는 강변이다.
그러나 이런 의미부여가 본질을 바꿀 수는 없다. ‘서바이벌’이라는 가장 자극적인 이름을 걸어놓고 그 의미를 다르게 해석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이 불구경, 싸움구경이라는 말이 있다. ‘서바이벌’ 또는 ‘리얼리티’라는 그럴듯한 이름이 붙어 있지만 사실 이 프로그램은 ‘불구경, 싸움구경’이다. 채 성장기도 마치지 않은 어린 싹들을 모아놓고 어른들의 생존 논리를 억지로 강요했다. 그것도 모자라 TV라는 전파로 이 살벌한 생존 게임을 중계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 프로그램은 동료들끼리 서로 희생자를 뽑도록 만들었다. 탈락자를 선정하는 것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주체가 당연히 부담해야 할 짐이다. 서바이벌 게임을 즐기는 대가로 그 정도의 악역은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슈퍼스타 서바이벌’은 그 악역조차 12명의 ‘불쌍한’ 후보들에게 맡겨 버렸다.
그러면서 은근 슬쩍 개입한 것이 ‘구제 위원회’라는 알량한 전문가 집단이다. 12명의 구성원들이 다수의 희생자를 추려 놓으면 구제 위원회가 최종 탈락할 1명을 제외한 나머지를 ‘구제’하는 방식이다. 대놓고 탈락자를 선택하는 것 보다 더 악랄한 방법이다. 내 손에 피는 묻히지 않겠다는, 결과적으로 피를 묻히면서도 우리는 나머지 몇 명을 구제했다는 식의 자위 통로를 만들어 둔 것은 비열하기 짝이 없다.
1일 오후에 방송되는 3회분에서는 ‘라이브의 황태자’ 이승철도 투입한다고 한다. 이승철은 이 자리에서 후보들에게 “트로트를 불러보라”고 주문하고 “가수는 노래에 마음을 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한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그러나 이승철이라는 대가수의 뼈 있는 말까지도 서바이벌의 잔인한 의미를 상쇄하는 용도로 쓰이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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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 서바이벌’에서 참가자들에게 참된 가수의 길을 가르치고 있는 이승철.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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