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이 만드는 드라마 SBS TV ‘연애시대’(박연선 극본, 한지승 감독)가 3일 밤 첫 방송 된다. 스타 연출가들이 자존심을 걸고 맞붙는 새 봄 월화드라마 삼국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첫 날이다.
MBC TV ‘넌 어느 별에서 왔니’(정유경 극본, 표민수 연출), ‘봄의 왈츠’(김지연 황다은 극본, 윤석호 연출)의 기존 구도에 ‘연애시대’가 가세함으로써 세 작품의 격돌이 불가피하다. 방송-연예계 종사자들은 새로 시작하는 ‘연애시대’가 어느 작품의 시청자 층을 흡수할 지 관심을 쏟고 있다.
드라마 시청률을 결정하는 데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하나는 무서울 정도로 ‘관성의 법칙’을 따른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스무 살 처녀보다 더 유행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경쟁구도이니만큼 상대성의 원칙도 있다.
‘관성의 법칙’은 초반 승부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용어이기도 하다. 그 많은 드라마들이 초반부에 온갖 공력을 다 쏟아 붓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자극적인 장면들, 즉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들이 초반부에 불필요하게 과다 투입되는 것도 초반 승부의 중요성 때문이다. 한 번 채널이 꽂힌 시청자들은 좀처럼 다른 드라마를 보지 못하는 심리가 있다.
‘관성’ 측면에서는 ‘넌 어느 별에서 왔니’가 유리하다. 김래원-정려원 주연의 이 드라마는 17% 전후의 시청률을 이미 확보했다. 여기에 아직은 부동표로 떠돌고 있는 ‘서동요’ 시청자까지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다고 보면 시청률 경쟁에서는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두 번째 요소인 드라마의 ‘유행성’은 정치 사회 경제 문화의 시대적 배경에 따라 결정된다. 유행의 종류에 따라 지속 기간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경우는 제작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사이 유행이 지나가 버리기도 한다. 최근에도 KBS 1TV 주말 드라마 ‘서울 1945’, SBS TV 주말극 ‘사랑과 야망’ 등이 유행을 놓쳐 고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요즘 시대의 유행은 무엇일까. 한때 들불처럼 일었던 ‘신데렐라 이야기’는 한물갔다. 묵직한 분위기로 근대사를 조명하는 것도, 건달 조직의 소영웅 이야기도 요즘 제철은 아니다.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유머의 시대’ 정도로는 묘사가 가능하겠다. 제작 현장에서는 ‘재미있지 않으면 감동도 없다’는 선언까지 나오는 게 요사이 분위기이다.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장면에서도 “뭘, 그까이거”라고 말할 수 있는 희극적 인물이 한둘은 있어야 감동이 살아 있다.
육갑 칠득 팔복이 없는 ‘왕의 남자’를 상상할 수 있을까. 그러나 10년 전에 ‘왕의 남자’가 만들어 졌더라면 육갑이 칠득이 팔복이는 없었을 수도 있다.
누가 가벼운 재미를 더 많이 줄 것인가. 이 조건 역시 ‘넌 어느 별에서 왔니’가 유리하다. 화면 구석구석에 저절로 터지는 ‘웃음 장치’를 심어두는 것은 표민수 PD의 특기이다. 여기에 한지승 감독의 ‘연애시대’와 윤석호 PD의 ‘봄의 왈츠’가 강력한 도전장을 던지는 형국이 될 것이다.
‘연애시대’는 최근 공개된 예고편에서 보면 코믹한 요소가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 영화 ‘고스트 맘마’에서 아내를 유령으로 만들어 버리고도 유머를 버리지 않았던 한지승 감독이고 보면 ‘웃음 장치’를 등한시 할 위인이 아니다. ‘봄의 왈츠’도 현재의 사랑으로 넘어 오면서 다니엘 헤니를 중심으로 가벼운 즐거움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상대성의 원칙'은 한마디로 경쟁 상대를 잘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준에 의하면 세 드라마는 가장 불행한 작품들이다. 동시간대에 집중되지 않고 분산됐더라면 모두가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트렸을 드라마들이다. 가장 피하고 싶은 상대를 만난 드라마들인지라 그저 운명이려니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한편, 여기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가장 중요한 것 한가지. 바로 작품성이다. 제일 중요한 작품성을 맨 마지막에 끄집어 내는 것은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가 곧 훌륭한 작품성을 지녔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평론가들이 답답하게 여기는 부분이기도 하다. 시청률은 그 드라마를 보는 매우 단편적인 외연일 뿐, 작품성이라는 본질은 아니기 때문에 시청률의 결정 요소를 말하면서 작품성을 대입하기는 싫다.
새로 시작하는 '연애시대'가 기존 드라마의 시청자를 빼앗아 올지, '서동요' 이후 목적지 잃은 부동층을 흡수할 지 아니면 이 모두에 실패할지 그 결과가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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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첫 방송되는 SBS 새 월화극 ‘연애시대’의 손예진 감우성. /옐로필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