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남원의 주말 영화 가이드] '강추 vs 비추'
OSEN 기자
발행 2006.04.03 09: 19

3월 한 달동안 국내 박스 오피스는 요동을 쳤다. 매주 선두자리가 바뀌는 ‘7일 천하’의 양상. 그 혼란 속에서도 한국영화는 첫째주 ‘음란서생’을 시작으로 둘째주 ‘데이지’ 셋째주 ‘여교수의 은밀한 유횩’ 넷째주 ‘청춘만화’의 순서로 톱을 지켰다. 작품성과 재미를 동시에 갖춘 외화조차 한국영화의 강한 마케팅 앞에서 맥을 못추는게 현실. 개봉 첫주에 반짝했다가 관객 입소문에 무너지는 ‘뻥튀기’ 한국영화 경계 사이렌이 울리는 중이다.
◆강추!!!
'오만과 편견'
원 제 : Pride and Prejudice
감 독 : 조 라이트
주 연 : 키이라 나이틀리 , 매튜 맥페이든 , 도널드 서덜랜드
개 봉 : 3월 24일
등 급 : 12세 이상 관람가
시 간 : 127 분
영국의 시대극이라 한국 관객들에게는 거리감이 있는 탓일까.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에서 5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18세기 영국이 무대라고해서 반드시 고리타분한 영화가 나오는건 아니다. 만든 사람이 누구고 출연한 배우가 어떠냐에 달렸다.
‘노팅힐’ '러브 액추얼리’ '윔블던‘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로맨틱 코미디의 산실로 자리잡은 워킹 타이틀이 제작했다. 원작자는 제인 오스틴. 귀족들의 사랑 이야기와 풍자에 재능을 보인 여류 작가다.
보수적인 당시 영국 사회에서 ‘사랑찾아 결혼하겠다’는 소신녀 리즈 역은 키이라 나이틀리다. 23살 어린 나이에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까지 올랐다. 수상에는 실패했어도 앞날이 창창한 배우다. ‘러브 액츄얼리’에서 남몰래 그녀를 사랑하던 남편의 친구로부터 크리스마스 날 집앞에서 커다란 문자판으로 고백받는 금발 미녀가 바로 그녀다.
내용은 간단하다. 리처드 기어, 줄리아 로버츠의 ‘귀여운 여인’ 고전판이다. 가난한 시골 귀족의 딸이 집안 빵빵하고 잘생긴 도시 귀족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 안에서 벌어지는 남(오만) 녀(편견) 주인공 간의 세밀한 신경전을 따라가다보면 여늬 로맨틱 코미디보다 한 단계 높은 품격을 온 가슴으로 느낄수 있다. 세파에 지친 아버지와 딸 다섯 시집 보내기에 급급한 꼴불견 엄마, 철부지 여동생 등 생생한 캐릭터 묘사와 대사들도 수준급이다.
◆비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감 독 : 이하
주 연 : 문소리 , 지진희 , 박원상
개 봉 : 03월 16일
등 급 : 18세 이상 관람가
시 간 : 104 분
이 영화, 관객을 불편하게 한다. 문소리가 화끈하게 알몸 연기를 펼치는데다 웃기기까지하는 영화라고해서 티켓을 샀던 사람들은 욕하고 나오기 십상이다. 이하 감독은 데뷔작 ‘여교수’를 찍으면서 관객보다는 자기 만족에 더 충실했다.
평단의 입장에서는 실험정신이 투철한 수작이 나왔을지 모르지만 이 영화를 마치 에로틱 코미디인냥 대대적으로 광고한 제작사의 행태는 사기에 가깝다.
심천대학 염색과 교수이자 환경운동가인 조은숙(문소리)은 사회 지도자급 지위를 간판 삼아서 주위 남자들과 자유분방한 성관계를 즐긴다. 그런 그녀 앞에 동료 교수로 나타난 만화가 석규(지진희). 은숙은 침 좀 뱉고 껌 좀 씹던 고교 시절에 석규의 형 석호 등과 어울린 비행 청소년이었다. 숨기고 싶은 과거와 지키고 싶은 현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은숙의 사생활을 볼수있다.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에서 문소리는 과감하게 벗고 나왔다. 그러나 ‘어린 것들은 모르는’을 강조하는 영화 포스터의 진실은 거기까지. 에로틱 영화를 기대했던 관객은 심히 실망스러울 정도로 섹스신은 기계적이고 어색하다.
이하 감독은 배우들 대사와 연기에 연극적인 요소를 상당부분 가미했고, 스토리 전개는 앞 뒤 설명 생략한채 뚝 뚝 끊었다. 또 스틸사진같은 정면 컷이나 행인 등을 배제한 촬영 등 일반 상업영화를 주로 대한 관객들이 불편할 요소가 골고루 들어갔다. 감독의 참신한 개성과 주제 의식은 칭찬을 받겠지만 이를 에로틱 코미디 상업영화로 광고한 사실은 어떨지.
결국 한 포털사이트의 네티즌 영화 리뷰에서 “영화 끝나니까, 저도 모르게 입에서 욕이 나왔다”는 글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당연히 개봉 첫주 박스 오피스 1위가 다음주 5위로 급전직하했고 날개없이 추락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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