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박종환 감독이 이끄는 대구 FC가 FC 서울을 잡고 올 시즌 뒤늦은 첫 승을 신고했다.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얻어낸 결과여서 더욱 값지고 빛났다.
대구는 지난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전기리그 7차전 원정경기에서 후반 48분에 터진 송정우의 결승골로 서울에 2-1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박 감독을 비롯해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은 경기 종료를 눈 앞에 두고 기적과 같은 결승골이 터지자 모두 얼싸안고 기쁨을 만끽했다. 시즌 개막 후 7경기만에 처음으로 승전보를 띄운 터라 감격이 더했다.
언뜻 보면 지난 시즌 후기리그에서 울산 현대와 공동 3위를 차지했던 대구가 갑자기 부진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그렇지 않다. 이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을 맞을 수가 없었다.
시즌 전 산드로를 전남 드래곤즈로 떠나보내는 등 4명의 용병을 전부 물갈이했고 2004년 도움왕 홍순학 및 김근철 윤원일 등 국내 선수 10여 명을 방출하는 등 사실상 원점에서 다시 시작했다. 매해 이와 비슷한 상황의 반복이다.
선수들은 바뀌었지만 공격 스타일은 같다. 박 감독은 '지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싸우자'고 선수들을 정신무장시켰고 이는 그대로 그라운드에 나타나고 있다.
이날 천금같은 결승골이 후반 종료 직전 터져나온 것을 비롯해 지난 달 19일 부산전에서는 전반에 3골을 내준 뒤 후반에 4골을 몰아쳐 결국 4-4로 비기는 등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타팀과 뒤처지는 것은 인정하지만 결코 호락호락한 모습은 보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박 감독은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도 많고 특출난 선수도 없어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한 골 내주면 두 골 넣는다는 각오로 경기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7경기를 치르는 동안 9득점 11실점. 수비는 뒤에서 2위지만 공격은 앞에서 4위일 정도로 상대팀이 만만하게 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날 승리로 서울과 역대 전적에서 4승3무4패, 최근 서울 원정경기 3연승을 달리는 등 서울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박 감독은 "경기 전 선수들에게 오늘은 절대 지지 않으니까 마음껏 뛰다 들어오라고 말했다"며 "이기고 있을 때도 수비에 치중하지 말고 계속 공격하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전반기는 힘들 것 같지만 올 여름에 있을 컵대회부터는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오늘 승리로 더욱 발전하는 대구가 될 것"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신념으로 매 경기에 임하라고 선수들에게 주문하고 있는 박 감독은 또한 "우리 선수들 중에 특별한 선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떨어지는 선수도 없다"며 선전을 다짐했다.
K리그 14개 팀 중 12번째로 뒤늦은 첫 승을 신고한 대구가 지난해 일으켰던 돌풍을 재현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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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결승골을 뽑아낸 송정우(왼쪽)와 오장은이 환호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