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휘재의 손짓(?)이 남긴 씁쓸함
OSEN 기자
발행 2006.04.06 10: 47

개그맨 이휘재가 시청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이휘재는 4일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상상플러스’에서 정형돈에게 욕설의 뜻이 담긴 손짓(?)을 했다. 방송에서의 욕설은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에 앞서 이휘재의 손짓을 잡아낸 네티즌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최근 영상 기술이 발전하면서 시청자들의 눈이 달라졌다. 초대형 HD TV가 등장했고 방송화면을 사진으로 뽑아내는 것도 가능하다. 또 주요장면을 천천히 돌려보는 기능은 물론 심지어 생방송을 일시정지시킬 수 있는 TV까지 생산되고 있다. 영상기술의 발전은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이 기존의 TV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까지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나아진 방송환경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시청자들에게 좋은 화질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보다는 예전에는 덜 신경썼던 부분까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특히 최근에는 제작진이 미처 신경쓰지 못한 부분이 시청자와 네티즌에게 덜미를 잡힌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MBC 드라마 ‘달콤한 스파이’가 한 출연자의 음부노출로 물의를 빚었고, KBS 2TV ‘해피투게더-프렌즈’의 MC 탁재훈은 방송도중 김아중에게 장난을 하는 장면으로 시청자와 네티즌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상상플러스’의 이휘재다.
출연자들과 스태프들이 좀 더 주의해야 한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마치 누군가 실수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올라오는 프로그램 사진들을 보면서 왠지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네티즌에 의해 논란이 된 장면들을 실제로 봤지만 어느 것 하나 발견한 적이 없다.
‘달콤한 스파이’에서 범구파(최불암 이기열 김준호)에 몰입한 나머지 목욕탕에서 순간적으로 음부가 노출된 한 출연자를 보지 못했다. 또 최수종이 진지한 얼굴로 옛친구를 찾는 모습을 보며 덩달아 긴장한 탓에 탁재훈이 장난을 거는 장면도 놓쳤고, ‘10대들이 모르는 어른들이 말이 무엇일까?’ 고민하느라 이휘재의 손짓은 전혀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은 달랐다. 많은 사람들이 프로그램에 몰입해 있는 동안 일부 네티즌은 음부가 노출되는 순간, 탁재훈이 장난을 거는 모습, 이휘재가 손짓을 하는 순간을 모두 발견해냈다.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은 그 일부 네티즌을 결코 따라갈 수 없을 것 같다. 프로그램 순간순간에 몰입해 문제의 장면을 잡아내는 네티즌에게 한수 가르침(?)을 받고 싶다.
방송환경이 달라지고 있다. 프로그램은 일방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쌍방향성을 지향하고 있고 소극적인 시청자들도 이제는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제작진의 실수는 비판받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달라진 방송환경 만큼 시청자들도 한 장면으로 꼬투리를 잡아 매도하기 보다는 좀 더 아량을 갖고 대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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