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배우 스크린 나들이 봇물
OSEN 기자
발행 2006.04.07 08: 38

[OSEN=손남원 영화전문기자]원로 배우들의 스크린 나들이가 부쩍 늘고 있다. 한국영화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해서 연기력을 갖춘 조연 배우 구하기가 그만큼 구하기 힘들어진 때문. 아직은 카메오나 특별출연에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원로 배우들의 저력이 진가를 발휘할 전망이다.
대표적인 케이스는 김희라(58)의 스크린 복귀다. 1998년 ‘찜’을 마지막으로 영화계를 떠났던 그가 정통 누아르 ‘사생결단’으로 돌아왔다. '사생결단'은 IMF 사태직후 마약이 횡행하기 시작한 부산을 배경으로 마약계 도 경장(황정민)과 마약상 상도(류승범)의 물고 물리는 생존싸움을 그린 작품.
영화 속 김희라는 마약중간 판매상 상도(류승범)의 늙다리 삼촌 역. 젊어서 마약 세계에 몸담았던 그는 마약과 범죄에 치어 퇴물로 살아가는 현실을 조카에게 물려주지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한국 영화계의 전설적인 인물 김승호의 아들로도 유명한 그는 1969년 '독짓는 늙은이'를 시작으로 수많은 영화에 출연했다. 대표작은 '병태와 영자'(1979) '미워도 다시 한번'(1980) '꼬방 동네 사람들'(1982) 등으로 70~80년대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그후 국회의원 낙선과 사업 실패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이혼, 뇌경색 투병 등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왔다. 최근 '사생결단' 제작진의 적극적인 섭외로 출연을 결심한 그는"영화판에 돌아오니 역시 여기가 내 집처럼 느껴진다"며 재기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연극과 TV에서 인기가 높았던 오현경(69)은 최지우 조한선 주연의 최신 멜로 ‘연리지’에서 최지우 아버지 역으로 얼굴을 내미는 등 영화 출연 횟수가 잦아졌다. 지난해에는 '혈의누'와 '이대로 죽을 순 없다'에서 노련한 연기력을 과시했고 MBC TV 사극 '신돈'(극본 정하연, 연출 김진민)으로 12년만에 브라운관으로도 돌아왔다.
1980년말 KBS 인기 드라마 'TV손자병법'에 대기업의 만년 과장으로 6년간 출연했던 그는 94년 식도암 판정으로 한동안 투병 생활에 전념했다.
여배우 가운데 김수미(55)는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주연 조연 특별출연을 가리지않고 한해 10편 이상 영화를 찍는 그녀는 감독, 제작사의 캐스팅 0순위로 주목을 받는 중이다. 최신 영화로 ‘연리지’ 맨발의 기봉이‘ ‘공필두’ 등 3편이 차례로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또 ‘마파도’에 함께 출연한 김을동(61)도 왕성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코미디언 배일집(59)은 박용우 최강희 주연의 ‘달콤 살벌한 연인’에 카메오로 깜짝 출연 했다. 아파트 경비원으로 스크린 외출을 한 그는 스릴러 코미디를 표방한 이 영화에 잠깐 얼굴을 내비쳤지만 관객들의 마음속 웃음샘을 멋지게 자극했다.
장년을 바라보는 나이에 개그맨에서 배우로 전업한 임하룡(54)이 ‘웰컴 투 동막골’로 2005년 청룡영화제 남우조연상을 받는 성과를 거둔바 있어 코미디, 개그계 원로들의 스크린 진출도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영화계에 원로 배우의 기용이 잦아진 것은 바람직한 현상임에 틀림없다. 든든한 중견 조연들의 연기 지원을 받지못하는 스타 캐스팅 영화들은 관객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2000년 한국 영화는 이문식, 김수로, 공형진, 성지루 등 개성있는 조연들이 주연급으로 올라서면서 비중있는 조연의 기근 현상을 겪고 있다.
스타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제작편수가 한해 100여편에 달할 정도로 늘어나면서 캐스팅 자체가 어려워진 현실도 원로 배우들의 스크린 진입을 한결 쉽게 만드는 원인이다.
mcgwire@osen.co.kr
영화 ‘혈의 누’에서 김치성 대감 역으로 출연한 오현경(위)과 ‘마파도’에서 못말리는 시골 할머니 역을 맡은 김을동과 김수미(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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