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 영화전문기자]장사가 너무 잘돼도 걱정이다. 최근 영화계가 안고있는 2중적 고민의 실체다.
전형적인 비수기인 3월에도 극장가는 2000년 이후 같은 기간 최대 관객 312만명을 동원했다. 3월 한달동안 한국영화 점유율은 무려 78.2%에 달했고, 박스오피스 톱5를 한국 영화가 싹쓸이했다(아이엠픽처스 집계). 영화인들은 당연히 기뻐해야할 경사지만 웃을수도 울수도 없는 게 속사정이다.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해 영화계가 안간힘을 다하는 시점에서 발표된 한국영화의 압도적 우세 현상은 정부로부터 역이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 참여정부는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한국 영화의 자생력이 충분하다’며 지난 1월 스크린쿼터 146일을 영화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73일로 반토막냈다.
비슷한 시기 1000만 관객을 돌파했던 ‘왕의 남자’는 정부의 이같은 논리 덕분에 기뻐도 기쁘단 소리를 크게 외치지 못하고 숨을 죽인채 한국영화 최다관객 신기록까지 세웠다. 당시 이준익 감독 등 제작진은 “스크린쿼터를 줄이는데 ‘왕의남자’ 흥행이 이용당하는 기분”이라며 “영화계가 어수선할 때 혼자 잔칫상을 벌일수 없다”며 신기록 당일 주요 출연진의 무대인사로 모든 행사를 대신했다.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의 1인 단독시위와 철야 농성, 쌀개방 반대 농민과의 연대 시위 등으로 힘을 모았던 영화계는 '한미FTA 저지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 주도의 시위에 동참한다. 스크린쿼터 유지를 바라보는 국민 여론이 그다지 곱지않은만큼 스크린쿼터 축소의 직접 원인이었던 한미FTA 협상 자체를 반대하는 전략인 셈. 안성기 정진영 최민식 등 스타들을 앞세워 범국본이 4일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개최하는 한미FTA저지 지역 순회문화제를 지원하고 있다.
한편 아이엠픽처스가 6일 발표한 '2006년 3월 영화시장 분석'에 따르면 3월 총관객수는 311만5150명으로 지난해 297만8920명보다 4.5% 증가했다. 전형적인 비수기임에도 꾸준히 관객들이 극장을 찾은 이유로는 이월작인 사극 코미디 '음란서생'과 권상우 김하늘의 '청춘만화', 정우성 전지현 이성재의 '데이지' 등 한국영화들의 선전 덕분인 것으로 분석됐다.
배급사 관객동원 순위로는 '청춘만화' '데이지' '흡혈형사 나도열'을 배급한 쇼박사가 23%로 1위에 올랐고, '로망스' '음란서생'의 CJ엔터테인먼트는 2위로 밀려났다. 3위는 시네마서비스('방과후옥상' '원초적본능2' '왕의남자') 4위 MK픽처스('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나나') 5위 워너브라더스('시리아나' '브이포벤데타')의 순서였다.
3월 박스오피스 톱5는 다음과 같다. ♦1. 음란서생(2월24일 개봉) 52만1610명 ♦2. 청춘만화(3월23일) 31만2680명 ♦3. 데이지(3월9일) 30만7090명 ♦4. 왕의남자(2005년 12월30일) 24만2690명 ♦5.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3월17일) 21만424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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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남자'로 한국영화 흥행신기록을 세운 이준기(왼쪽)와 이준익감독(타이거픽처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