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에 미인들이 사라졌다. 월화미니시리즈 ‘넌 어느 별에서 왔니’(정유경 극본, 표민수 연출)에는 양갈래 머리를 한 강원도 아가씨 복실이(정려원 분)가 있고, 수목드라마 ‘Dr. 깽’(김규완 극본, 박성수 연출)에는 일명 ‘폭탄공주’라 불리는 김유나(한가인 분), 주말연속극 ‘진짜진짜 좋아해’에는 구수한 강원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여봉순(유진 분)이 등장했다.
먼저 복실 역을 맡은 정려원은 평소 도회적인 이미지에서 180도 변신해 촌티나는 의상과 어눌한 억양의 말투로 ‘정말 촌스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극 중 출생의 비밀이 밝혀져 복실이는 부유한 집안에서 생활하게 되고 ‘혜림’이라는 본래의 이름을 되찾았지만 여전히 시골에서 입었던 옷들이 편하고 어눌한 말투를 버리지 못한다. 가끔 친어머니의 배려(?)로 아리따운 아가씨가 되기도 하지만 본질은 어쩔 수 없는 듯 여전히 촌스럽다. 자신의 생일파티를 위해 곱게 차려 입은 혜림은 사람들 앞에서 윤수일의 노래 ‘아파트’를 열창하며 막춤을 추는 등 환경이 바뀌어도 변함없는 복실이다.
‘Dr. 깽’에서 한가인이 맡은 김유나는 분명 예쁘다. 하지만 외모와 달리 이른바 ‘정의’를 실천해야하는 성격 탓에 김유나는 지역 의료계의 왕따다. 또 오지랖이 넓은 유나의 행동은 늘 핀잔으로 되돌아온다. 외모는 예쁘지만 좌충우돌하는 유나는 보는 이로 하여금 ‘왠지 도와주고 싶다’는 측은한 느낌을 유발하는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8일 첫방송한 주말연속극 ‘진짜진짜 좋아해’의 여봉순 역을 맡은 유진은 그야말로 강원도 산골처녀 여봉순이다. 유진은 지인으로부터 ‘특훈’까지 받아가며 연습한 강원도 사투리 덕분에 완벽한 강원도 산골처녀로 변신했다. 특히 첫 방송이 나간 후 왼쪽 팔 부상으로 출연이 불투명했던 유진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제작진의 인내를 실감할 수 있었다. 앳띤 얼굴과 양갈래 머리, 여기에 자연스럽게 강원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모습을 보고 그룹 SES로 활동하던 유진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다.
이렇듯 현재 MBC 드라마에 등장하는 여주인공들은 촌스럽거나 당당한 모습으로 지금까지 봐왔던 청순가련했던 여주인공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시골아가씨가 돼버린 정려원과 유진, 늘 좌충우돌하는 한가인은 기존의 이미지를 버리고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고 있다.
이러한 여주인공의 등장에는 지난해 극심한 부진을 겪었던 MBC의 효녀였던 ‘삼순이’와 ‘금순이’의 존재가 한 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사다난한 2005년을 보낸 MBC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삼순이와 금순이라는 새로운 여성상을 전면에 내세워 체면치레를 했다.
김선아가 분했던 삼순이는 비록 뚱뚱하지만 솔직하고 직설적인 표현을 서슴치 않으며 당당한 여성상을 표현했다. 삼순이의 말 한마디는 그대로 실생활로 옮겨졌고 이른바 ‘삼순이 신드롬’을 일으켜 전국을 강타했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은 지난해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MBC의 자존심을 세웠다.
또 일명 ‘배추머리’라고 불렸던 금순이(한혜진 분)는 외모는 비록 촌스러웠을지 모르지만 결혼 직후 미망인이 돼 시댁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굳센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일일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는 꾸준히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평일 안방극장의 지존으로 군림했다.
청순가련한 여주인공이 아닌 촌스럽지만 당당한 여주인공을 내세운 MBC 드라마가 ‘드라마 왕국’으로 불렸던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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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월화미니시리즈 ‘넌 어느 별에서 왔니'의 정려원(맨 위), 수목드라마 ‘Dr.깽’의 한가인(가운데), 주말연속극 ‘진짜진짜 좋아해’의 유진(맨 아래)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