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이승호의 이름 앞에는 한동안 '에이스'라는 수식어가 빠지지 않았다. 지난 2003년 11승으로 프로 데뷔 후 첫 2자리 승리를 거둔 뒤 안정된 투구로 동료 선수들과 팬들에게 신뢰를 받은 이승호였다.
그러나 2004년 9승 7패 방어율 2.71의 수준급 성적 이후 지난해 5승10패 방어율 5.51에 그치면서 에이스 자리를 최원호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잘 던지면 호조를 보이다가도 갑자기 페이스가 주춤하며 꾸준하지 못했던 게 원인이다. 잘 던지면 타선이 터지지 않는 불운도 그를 에이스 자리에서 '끌어 내린' 또 하나의 요인이었다.
하지만 9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달랐다. 이승호는 'LG에 없어서는 안될 선발'이란 칭찬에 걸맞는 투구로 홈팬들의 열렬한 박수 갈채를 받았다. 5⅔이닝 4피안타 1실점. 투구수는 92개였다. 전날 패배로 마음이 무거워진 이순철 감독이 "100개 정도 던져두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고 한 기대에 100% 부응했다.
무엇보다 탈삼진을 9개나 기록하며 '닥터K'로서의 면모도 살짝 보여줬다. 최고 구속 144km의 강속구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체인지업, 날카로운 슬라이더가 효과적으로 곁들어진 결과였다.
이날 이승호는 3회 1사 뒤 나주환에게 중전안타를 내줄 때까지 볼넷 1개만 허용했을 뿐 상대한 8개 타자 중 7명을 잡아내는 위력을 과시했다. 1-0으로 앞선 5회에는 용덕한에게 바깥쪽 직구를 구사하다 동점홈런을 허용했지만 침착한 투구로 추가 실점을 억제했다.
이날 호투에도 불구하고 이승호는 '벌금'을 낼 위기에 처했다. 경기 전 최계훈 투수코치가 "맞혀 잡는 데 주력하라"며 "삼진을 2개 이상 잡을 경우 벌금을 물릴 것"이라고 엄포를 놨기 때문.
이승호는 "삼진을 의식하고 던지진 않았다. 투구 밸런스가 워낙 좋았던 데다 포수 (조)인성이 형이 던지라고 하는 곳만 던지다 보니 나도 모르게 삼진이 많았을 뿐"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또 "왼쪽 어깨 통증이 싹 가셨다. 스피드도 올라왔고 이제는 마음껏 뿌려도 두렵지 않다"며 "오늘 호투가 시즌 내내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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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박영태 기자 ds3fa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