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열렸던 2006시즌 개막 2연전의 최고 화제 선수는 '특급 소방수' 구대성(37.한화)과 '일본 용병' 시오타니(32.SK)였다.
일본과 미국 무대를 거쳐 6년만에 친정팀 한화에 복귀한 구대성은 2게임 연속 세이브를 올려 여전히 '대성불패'임을 보여줬고 재일교포가 아닌 첫 일본인 타자인 시오타니는 2게임 연속 홈런포로 결승타를 날리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시오타니의 공수에 걸쳐 돋보이는 활약은 '영원한 라이벌'인 일본 프로야구 출신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눈길을 더욱 끌어모은다. SK는 지난해 11월 3루수인 시오타니와 영입 협상을 벌이면서 반신반의했다. 일본에서 하향세에 접어든 선수 정도로 여기고 큰 기대를 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올해 연봉도 2300만 엔(약 1억 8400만 원)으로 평범한 용병과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뚜껑을 열자 시오타니는 시범경기부터 공수에서 안정된 플레이를 펼쳐보이며 일본야구 주전 선수 출신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지난 8일과 9일 현대와의 정규시즌 SK 홈개막 2연전은 '시오타니의 무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주전 3루수에 3번타자로 나선 시오타니는 개막전선 결승 투런 홈런을 포함해 SK의 타점 3개를 모두 뽑아내는 기염을 토한 데 이어 9일 2차전서도 9회말 끝내기 3점 홈런 등으로 팀 2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2경기서 홈런 2방 포함해 8타수 4안타에 7타점을 기록했다.
시오타니의 진가가 더욱 돋보이는 것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성적 외에 '항상 진루타에 신경을 쓴다'는 그의 기본적 야구관이었다. 시오타니는 경기 후 인터뷰 때마다 "홈런을 의식하기 보다는 의식적으로 진루타를 치려고 노력했다. 주자를 한 베이스라도 더 보내기 위한 타격에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그는 또 팀 동료들을 비롯한 한국 프로야구 선수 전체에게 교훈이 될 만한 발언도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개막전 승리 후 '한국야구에 대한 생각을 말해달라'는 물음에 시오타니는 "한국선수들이 좀 더 진루타에 대한 생각을 해야 한다. 이 부분만 더 나아지면 한국야구가 지금보다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나름대로 평을 했다.
일본선수답게 기본기를 철저히 배운 시오타니가 보기에는 한국야구는 아직 '진루타'에 대한 개념이 확실하게 정착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시오타니의 '진루타' 강조는 SK 선수단도 모두 인정하고 있다. 조범현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동료 선수들은 "시오타니는 정말 진루타만을 생각하는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시오타니 효과'는 곧바로 SK 다른 선수들에게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 9일 경기서 포수 역대 통산 최다홈런(253호)의 주인공이 된 박경완도 "8회말 동점 투런 홈런의 계기는 대기타석에 있을 때 앞타자 김재현이 '무조건 살아나갈 테니까 뒤를 책임지라'는 말에 더욱 집중을 했다"고 밝혔을 정도로 '시오타니 효과'가 나오고 있다. 전선수들이 자신의 안타나 홈런 등 개인적인 목표보다는 '팀 승리'를 목표로 '진루타'에 초점을 맞춘 결과 좋은 성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얘기이다.
한국야구가 비록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일본을 2번 꺾기도 했지만 아직은 WBC 우승팀 일본에 뒤져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 견해다. 아직 조금 앞서 있는 일본을 하루 빨리 따라잡기 위해선 현대식 야구장 등 하드웨어 보강도 절실함과 동시에 선수들의 경기에 임하는 자세 등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시키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 일본 출신의 시오타니가 강조하는 '진루타' 개념을 한국 선수들이 깊이 되새겨봐야 할 부분이다. 시오타니를 필두로 '진루타'로 무장한 SK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올 프로야구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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