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슬지 않았다. 여전하다. 6년만에 붉은 색 한화 유니폼을 입은 구대성(37)은 여전히 '철벽 마무리'다. 적어도 개막 2연전만 놓고 보면 그렇다.
구대성은 지난 8일과 9일 대전에서 열린 기아전에 잇따라 등판, 연속 세이브를 챙겼다. 2⅔이닝 동안 모두 10명의 타자를 상대로 4피안타 무실점에 삼진 3개를 잡아냈다. 지난 2000년 이후 오랜만에 다시 밟은 고국 마운드에서 자신의 명성을 유감없이 과시한 셈이다.
그러나 본인은 다소 만족스럽지 못한 듯하다. 생각보다 많은 안타를 허용한 것이 걸리는 듯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해 수비수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사실 구대성은 현재 몸이 완전치 않은 상태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가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해 한참 좋았을 때의 구위를 선보이진 못했다. 개막 2연전 동안 직구스피드는 주로 137∼140km를 나타냈다.
김 감독도 구대성의 몸 상태를 감안, 9일에는 휴식을 주려 했다. 그러나 구대성은 이를 고사하고 자원해서 마운드에 올라 경기를 마무리했다. "몸이 완전치 않아도 꾸준히 경기에서 공을 던지다 보면 정상 컨디션을 되찾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런 '헌신' 덕에 한화는 개막 2연전을 산뜻하게 승리하고 SK와 함께 공동 1위로 치고 나섰다.
구대성의 존재는 한화가 올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가장 큰 요인이다. 특유의 다이너마이트 타선에 안정된 선발진을 보유한 한화는 유격수 김민재를 영입해 내야 수비를 강화했다. 여기에 '대성불패' 구대성이 합류하면서 뒷문에 철통 자물쇠를 달게 됐다.
구대성은 6승7패 21세이브 방어율 2.77을 기록한 2000년을 마지막으로 일본 오릭스로 이적했다. 일본에서 4년간 24승 34패 14세이브 방어율 3.88을 기록한 그는 지난해는 메이저리그로 진출, 33경기서 6홀드 방어율 3.91을 마크하고 한화로 유턴했다.
왕년의 불같은 강속구도, 6회든 7회든 리드만 잡으면 등판해 끝까지 책임져주는 스태미너도 감퇴됐지만 존재감만은 여전하다. WBC 기간 내내 미국 전문가들의 찬사를 받은 독특한 투구폼이 여전한 데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쌓은 노련미가 '극강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한화가 콧노래를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을 던질수록 힘을 받는 구대성이 100%까지 컨디션을 끌어올린다면 두려울 것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권준헌 송창식 등 셋업맨들도 부담없이 팀의 허리를 책임질 수 있어 시너지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구대성은 "오랜만에 고국무대를 밟았지만 감이 새롭다거나 그런 것은 없다"면서 "6년 전보다는 국내 야구가 많이 좋아진 것 같다. 타자들의 기량이 꽤 향상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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