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단추를 잘꿰야 악역 전문을 피한다
OSEN 기자
발행 2006.04.12 09: 03

[OSEN=손남원 영화전문기자]영화계에는 악역을 단골로 맡는 전문 배우가 있다. 동 서양이 마찬가지다. 자신의 필모그라피에서 몇편 거쳐가는 게 아니라 대부분 출연작에서 악역을 연기하는 배우들이다. 왜? 인상이 더럽게 생겨서, 아니면 진짜 모습이 악인이라서.
악역 전문을 자처하는 이기영은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고 그 비결(?)을 털어놨다. 첫 출연작에서 이미지가 강한 역할을 맡자 그 이후에 점차 강도가 세지더라는 얘기다. 데뷔작에서 나쁜 놈 인상을 팍 팍 심어줬더니 그 연기력과 이미지에 감동받은 감독들은 악역 필요할 때만 그를 찾았다.
이번 출연작 ‘마이 캡틴 김대출’(송창수 감독, 진인사필름)에서도 부패한 악질 형사 역을 맡았다. 2대째 도굴꾼 김대출(정재영)에게 올가미를 씌워서 자신의 뱃속을 채우는 극악무도한 인물이다. ‘달콤한 인생’과 ‘가문의 영광’ 등에 이어 관객들에게 미움 사는 역할을 도맡았다. 조승우 주연의 ‘말아톤’에서 침 좀 뱉는 육상 코치로 등장한 게 그나마 선한 이미지다.
그러나 이기영이 한수 접고 들어가야될 악역 전문은 따로 있다. 바로 손병호다. ‘야수’ ‘흡혈형사 나도열’ ‘파이란’ ‘효자동 이발사’ ‘목포는 항구다’ 등 그가 관객들의 치를 떨게하고 두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든 영화들은 부지기수다. 한 방송 출연에서 그는 "이제는 목욕탕에 들어가도 사람들이 나를 보고 슬슬 피한다"고 너털웃음을 터뜨렸을 정도. 그러나 실제 성격은 남을 잘 웃기고 본인도 잘 웃는 활달한 성격이란다.
권상우 류지태의 ‘야수’에서 그의 조폭 보스 유강진 연기는 두 주연을 완전히 누를 정도로 강한 빛을 발했다. 작은 키지만 다부진 체격에서 뿜어져나오는 기로 상대를 제압하고 무엇보다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은 관객들의 간담까지 서늘하게 만들었다.
한국영화의 잊혀진 수작 ‘파이란’에서는 3류 깡패 최민식의 속까지 파먹는 악랄한 양아치 두목으로 출연했고, 악역이 따로 없을 법한 ‘효자동 이발소’에서조차 구둣발로 이발사(송강호)를 마구 걷어차고 아들을 간첩 혐의로 고문하는 경호실장으로 오명을 남겼다.
이밖에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 “시체 암매장도 소신을 갖고 정신을 집중해서 해야한다”고 떠드는 정경호도 슬슬 악역 전문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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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야수’에서 진짜 조폭 두목보다 더 리얼하게 조폭을 연기한 손병호(팝콘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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