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키스타디움에 '신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무려 55년 동안 양키스의 장내아나운서를 맡아온 밥 셰퍼드가 불의의 부상으로 12일(한국시간) 열린 홈 개막전에 결장했다.
셰퍼드는 지난 1951년 양키스의 장내 아나운서로 임명된 뒤 지난해까지 홈 개막전 및 월드시리즈 등 중요한 경기에서 빠지지 않고 마이크를 잡아 왔다. 양키스타디움 중앙 스탠드 상단에서 울려퍼지는 특유의 무미건조한 낮은 음성은 양키스 선수들 사이에서 '신의 목소리'로 통용돼 왔다.
셰퍼드가 이날 결장한 이유는 불의의 부상 때문. 전날 롱아일랜드의 자택에서 넘어지며 왼쪽 엉덩이를 다친 탓에 캔자스시티와의 홈개막 3연전에 나설 수 없게 됐다.
양키스는 대신 셰퍼드의 백업인 짐 홀을 내세워 장내아나운서 공백을 베웠다. 셰퍼드는 구단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매우 실망스럽다. 하지만 다음 홈 3연전에는 복귀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셰퍼드는 쇼맨십이 강조되는 요즘 경기장 아나운서와 달리 어떻게 보면 재미 없는 '할아버지 스타일'이다. 선수를 소개할 때 목청을 높이지도 화려한 억양으로 팬들의 흥분을 고조시키지도 않는다. 그저 느리면서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선수 이름을 부를 뿐이다.
그는 "맑고 정확한 발음이야 말로 내가 신조로 삼는 부분"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타임 뉴스위크 등 유력 시사잡지는 물론 각종 매체에서 이런 그를 특집기사로 다룬 적도 여러 번 있다. 양키스의 또 다른 스타인 셈이다. 실제 그는 현재 양키스 구성원 중 '왕고참'이다. 심심하면 선수와 감독을 갈아치우기로 유명한 조지 스타인브레너 구단주도 그만은 건드리지 못한다.
셰퍼드의 나이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자신이 나이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인데 현재 90살이 넘었다는 게 정설이다. 양키스의 '전설'이자 타격 인스트럭터인 레지 잭슨은 "100살에 가까운 것 같다"고 추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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