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경, 노래에 죽고 노래에 사는 영락없는 '가수'.
OSEN 기자
발행 2006.04.13 08: 51

가수 박혜경이 봄과 함께 발표한 6집 앨범 ‘Yesterday'로 오랜만에 가요계의 문을 두드렸다.
맑은 듯 하면서도 허스키한 음성이 매력적인 박혜경의 앨범을 기다렸던 팬들에게도 희소식이지만 이번 6집은 여러 번의 위기 끝에 어렵게 나온 앨범이기에 박혜경 본인에게도 꽤나 소중한 선물이다.
지난해 박혜경은 드라마 O.S.T 계약 문제로 전 소속사로부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했다. 이 때문에 여름에 하기로 예정돼 있었던 콘서트도 취소해야만 했으며 소송 문제를 겪으면서 3년 동안 사귄 일본인 남자친구와의 사이도 소원해져 결별했다.
다행히 지난 1월 법원에서 박혜경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말끔히 해결되는가 싶었지만 지난 3월 EMI 뮤직코리아가 박혜경과 소속사 포이보스를 상대로 6집 앨범 발매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함으로써 또 한 차례 가지가 꺾일 뻔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하지만 언제나 진실은 밝혀지기 마련. 지난 7일 EMI 뮤직코리아의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이제야 모든 마음의 짐을 풀어놓게 된 박혜경은 6집 앨범 ‘아마란스’로 본격적인 활동에 시동을 걸었다.
◆시들지 않는 꽃
‘시들지 않는 꽃’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6집 타이틀 ‘아마란스’만 보더라도 박혜경 본인의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한다.
지난해 소송 문제를 겪으면서 ‘어쩌면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불안에 떨었고 소속사 없이 혼자 움직이는 것 또한 익숙하지 않아 이중으로 고생해야만 했다.
이렇게 여러 번의 높은 산을 넘고서 어렵게 나온 앨범이라 다소 어둡고 우울한 음악은 아닐까 했지만 음악을 직접 들어보니 어쩐지 참 포근하고 따뜻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몇 시간 동안 길을 헤매다 이제야 엄마의 품으로 돌아간 어린 아이처럼 절로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하는 음악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내 앨범을 통해 듣는 이들의 마음이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내 음악을 듣고서 정말 힘들고 각박한 세상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살만한 곳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타이틀곡 ‘Yesterday'는 러브홀릭의 이재학이 작곡한 곡으로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아련한 가사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포크 록이다.
보통 앨범을 낼수록 더욱 고급스러움을 추구하게 된다. 하지만 올해로 데뷔 10년째를 맞은 박혜경은 이번 앨범을 통해 세련됨이 아닌 뭔가 꿈틀거리는 에너지를 담아내고 싶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노래를 부를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문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하늘이 내려 준 선물.
박혜경의 목소리는 한마디로 참 미묘하다. 밝은 듯 하면서도 어둡고 미성인 듯 하면서도 허스키하기 때문에 때에 따라 우울하게 들리기도, 또는 마냥 행복하게 들리기도 한다.
박혜경의 표현을 빌려 그대로 표현하자면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를 ‘아주 심각하게’ 사랑한다. 가수가 자신의 목소리를 사랑하지 않으면 노래를 할 수 없다는 것이 박혜경의 지론이다. 설사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다가 실수를 했을지라도 그 역시 그때만 담아낼 수 있는 것이므로 결코 좌절하거나 불만족스러워하지 않는다.
“노래할 수 있는 능력은 하늘이 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3, 4분 남짓 되는 시간 동안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는 가수라는 직업은 그 어떤 것도 따라올 수 없다. 단순히 노래를 잘하는 것보다는 진심으로 음악을 사랑하고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박혜경은 가수라는 직업을 통해 사람들과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박혜경에게 있어서 노래라는 것은 꼭 해야만 하는, 버리려고 해도 결코 버릴 수 없는 삶의 이유인 셈이다.
◆속을 알 수 없는 비밀이 가득한 여자.
박혜경은 인터뷰 내내 단호한 어조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작고 마른 체구와는 달리 오랜 시간 음악을 하면서 다져진 강한 내공이 내재돼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일할 때는 이렇게 똑 부러지고 정확하다가도 친한 지인들과 함께 할 때면 푼수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의외의 구석도 있다.
박혜경과 친한 연예계 친구들도 조금은 의외이다. 또래 동료 가수들이 아닌 영화배우 엄지원, 일본에서 활동 중인 배우 윤손하와 개그우먼 김다래, 개성 있는 연기자 홍석천 등이다.
예전에 한 라디오 프로그램 게스트로 출연했다가 알게 된 배우 엄지원은 참 똑똑하고 쿨한 친구로 같이 여행도 다닐 만큼 마음을 터놓고 가깝게 지내는 사이이다. 또한 국내에서는 통 볼 수 없는 윤손하와는 서로 외로워서 그런지 매일 국제전화로 우정을 속삭이고 있다. 그리고 예전에 KBS '개그콘서트’의 ‘우비삼남매’ 코너에서 깜찍한 외모로 사랑받았던 김다래 역시 현재 일본에 머물고 있어 일주일에 한번 꼴로 전화통화를 하며 지내고 있다.
이제 박혜경도 서른을 넘긴 나이인지라 여자친구들과의 우정도 좋지만 한 남자에게 정착해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싶은 마음은 없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요즘 봄바람이 불어서 그런지 접근하는 남자들이 좀 있긴 하다(웃음). 하지만 누군가를 만나 마음을 여는 것이 이제는 쉽지 않다. 그리고 한번 오픈한 마음을 다시 되돌리는 것 또한 너무 힘들다”.
지난해 3년간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짐의 아픔을 겪은 상처가 채 아물지 않아서일까. 아직은 결혼보다는 일에 충실하고 싶다는 속내를 밝혔다.
하지만 자신을 밝게 웃을 수 있게 만들어줄 수 있는 유쾌한 남자라면 결혼을 생각해 보고 싶다고. 배우 지진희처럼 남자답고 자상한 스타일의 남자라면 OK.
◆노래에 죽고 노래에 산다.
박혜경은 얼마 전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에서 마리아 역으로 출연해 열연을 펼친 바 있다. 항상 똑같아보여도 매일, 매 순간 제스처와 대사의 의미가 달라지는 뮤지컬의 매력에 푹 빠진 박혜경은 앞으로도 1년에 한번 꼴로 뮤지컬을 통해 인사드릴 마음을 먹고 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연극무대에도 서보고 싶은 바람이 있다.
물론 지금 당장 가장 주력해야할 부분은 바로 6집 앨범 활동이다. 오는 5월경에는 쇼케이스도 가질 예정이며 방송을 통해 자주 얼굴을 비출 예정이다.
박혜경의 이름으로 나온 앨범으로는 여섯 번째이지만 지난날의 아픔을 청산한 이후 새 소속사에서 앨범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므로 앞으로 팬들에게 노래 부르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 것이 제일 급선무이다.
따뜻한 봄날 마주 대한 박혜경은 누가 뭐라 해도 노래에 죽고 노래에 사는 영락없는 ‘가수’였다.
글=hellow0827@osen.co.kr 사진=손용호 기자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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