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스릴러 본딴 KBS '추적60분' 사태
OSEN 기자
발행 2006.04.13 09: 46

[OSEN=손남원 영화전문기자]황우석 교수를 둘러싼 ‘추적 60분’ 방송 불가와 담당 문형렬 PD의 잠적 사건이 알 파치노, 러셀 크로 주연의 1999년 고발영화 ‘인사이더’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마이클 만이 감독한 ‘인사이더’는 미국의 거대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내부자 고발과 이를 지지하는 메이저 방송국 CBS PD의 활약을 다룬 영화. ‘에비에이터’ ‘콜래트럴’의 거장 마이클 만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에서 대기업의 끊임없는 사실 은폐 기도와 내부 고발자 응징, 또 금권의 위협아래 무릎을 꿇고마는 방송국 수뇌부를 리얼하게 묘사했다.
제프리 위건드 박사(러셀 크로)는 담배 재벌회사 연구개발팀 중역으로 있다가 갑자기 해고당한다. 담배의 위해함을 감추려는 경영진에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담배회사는 그를 해고한데 그치지않고 언론에 떠들지못하도록 바짝 옥죄이고, 이에 반발한 위건드는 CBS ‘추적 60분’의 거물 PD 로웰 버그만(알 파치노)와 손을 잡는다.
법과 돈, 은밀한 폭력 등 이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휘두르는 담배회사의 압력으로 위건드는 이혼까지 당하고 절망적인 상태에 빠진다. “담배의 주성분 니코틴의 중독성이 강하며, 회사 경영진은 이를 알고도 감췄다”는 진실을 ‘추적 60분’에 밝힌 것으로 위안을 삼았지만 방송국 수뇌부는 이마저 방송 불가 결정을 내린다.
자신의 설득으로 증언에 나섰다가 곤경에 빠진 위건드를 바라보는 로웰. 그는 국민의 알권리와 진실 보도에 입각한 방송 정신을 되살리고자 자신이 수십년간 몸담았던 CBS를 상대로 싸움에 돌입한다.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 타임즈 등 주요 신문들에 정보를 흘리는 형식으로 회사를 압박하면서 결국 담배재벌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KBS가 방송 불가 결정을 내렸던 ‘추적 60분-섀튼은 특허를 노렸나’도 ‘인사이더’의 스토리와 비슷한 전개로 흘러가고 있다. 다만 위건드 박사-버그만 PD는 진실이란 최강 무기를 지녔던데비해 황우석-문 PD 측은 검증되지않은 논란에 휩싸인 점은 본질적 차이다.
KBS의 방송불가 조치에 반발, 원본 테이프를 갖고 잠적했던 문 PD는 11일 오후 7시경 인터넷 사이트에서 자체 편집한 14짜리 동영상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가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특허를 가로채려 한다'는 주장이 담겨있고 이를 입증할 변호사 변리사와의 인터뷰 내용이 담겨있다.
문 PD가 제시하는 의혹은 섀튼 교수가 황 교수에게 접근해 배운 쥐어짜기식 핵이식 기술의 특허를 가로채려고 특허 심사를 서둘렀다는 사실이다. 이 보도 내용이 진실이라면 한국의 국익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KBS는 동영상이 공개된 직후, 자사의 뉴스를 통해 ‘문 PD가 추적 60분 프로그램의 일부를 인터넷에 공개한 것과 관련해 법적으로 강력히 대응하겠다. 문 PD가 회사 소유의 테이프를 무단으로 유출한 것은 사실상의 절도 행위'라고 보도했다.
진실을 보도해 결국 승리했던 영화의 결말에서도 로웰은 CBS를 떠나야했다. 이유야 어찌됐건 조직을 배반했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환멸을 느낀채 CBS 사옥을 걸어나왔다. 황우석 논쟁이 어떻게 끝나건 간에 문 PD도 로웰처럼 외로운 투쟁에 돌입한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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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사이더’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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