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대어'가 된 유현진이 아깝네
OSEN 기자
발행 2006.04.13 10: 13

"저렇게 빨리 클 줄은 몰랐어요. 우리는 포수가 급해서 포수를 먼저 뽑았지만 아깝네요".
요즘 SK 와이번스 구단 관계자들은 한화의 좌완 신인 투수 유현진(19)을 보고 있으면 속이 쓰리다. '놓친 물고기'가 더 커 보이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커도 너무 커 버려서' 약이 오를 정도인 것이다.
유현진은 시범경기부터 151km까지 나오는 강속구를 뿌려 놀라게 하더니 정규 시즌 시작하자마자 일을 저질렀다. 유현진은 지난 12일 LG전에 프로 데뷔 후 첫 등판, 7⅓이닝 동안 3피안타 10탈삼진 무실점으로 쾌투하며 첫 승을 따냈다.
더욱이 탈삼진 10개는 사상 4번째로 나온 데뷔 등판 최다 타이 기록이라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데뷔 등판부터 '될성 부른 떡잎'임을 증명한 것이다.
이러니 연고지 구단으로서 유현진을 먼저 잡을 수 있었던 SK로선 땅을 칠 노릇인 것이다. SK는 지난해 신인 1, 2차 지명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연고지의 대어 3명을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 동산고 좌완투수 유현진을 비롯해 인천고 배터리인 포수 이재원과 우완투수 김성훈 등을 놓고 누구를 '1차 지명'으로 잡을 것인부터 고민을 해야 했다.
장고 끝에 SK는 대형포수로 성장 가능성이 있고 주전 포수 박경완의 뒤를 이을 선수로 기대하며 이재원을 1차 지명 신인으로 뽑았다. 그리고 나머지 투수 2명은 2차지명서 최소한 한 명은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
SK의 작전은 2차지명서도 유현진은 놓쳤지만 김성훈을 잡을 수 있어서 맞아떨어졌다. SK보다 2차지명 앞 순위 선택권을 갖고 있던 한화는 기다렸다는 듯 유현진을 1번(2차 2순위)으로 지명했고 2차 4순위였던 SK는 김성훈을 택한 것이다.
SK로선 희귀한 좌완 대형투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컸던 유현진을 놓쳤지만 나름대로 미래를 대비한 포수와 유망 투수를 잡을 수 있었던 것에 만족했다.
그런데 SK 지명 선수들은 현재 기량으로 봤을 때 앞으로 2, 3년을 기다려야 1군 주축 선수로 올라올 것으로 여겨지는 반면 유현진은 한화에서 신인으로서 당당히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맡으며 '깜짝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SK로선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는 속담처럼 입맛을 쓰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SK 관계자들은 "길고 짧은 것은 더 두고봐야 한다. 우리가 뽑은 선수들도 머지 않아 좋은 선수로 성장해서 활약할 것"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
유현진이 앞으로 맹활약을 하면 할수록 SK의 속이 쓰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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