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우타자 이택근(26)은 대학 때까지만 해도 장래가 촉망되던 포수였다. 경남상고-고려대를 거치면서 포수로서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2003년 현대에 입단하면서부터 이택근은 '떠돌이'로 방랑해야 했다. 주 포지션인 포수에는 김동수 강귀태가 버티고 있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그래도 현대 코칭스태프는 그의 방망이 솜씨는 인정하고 다른 포지션으로 전환시키려 애를 썼다.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는 군입대할 예정이던 정성훈을 대신하기 위해 3루수 수업을 쌓았고 올 스프링캠프 초반에는 외야수로 변신을 꾀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칭스태프는 스프링캠프 중반부터 다시 본업인 포수로서 실전을 쌓도록 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이택근은 이를 악물었다. 어느 한 곳에 자리를 잡으면 기어이 솜씨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때부터 부쩍 향상된 방망이 실력을 보여준 이택근은 마침내 기회를 잡았다. 현대는 개막 후 3연패에 빠진 후인 지난 12일 처음으로 라인업에 변화를 줬다. 그동안 주전 마스크를 쓰던 김동수 대신 이택근에게 안방을 맡긴 것이다. 이택근은 12일 삼성전선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지만 2루타 한 개 등 2안타를 치며 실력 발휘에 나섰다.
덕분에 13일 삼성전에는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기회를 잡은 이택근은 이날 결승 솔로 홈런 포함 3안타 2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팀이 5-1로 승리, 4연패에서 탈출하는 데 선봉에 섰다. 오랫동안 자리를 잡지 못한 채 변방을 맴돌던 이택근이 '숨어있던 실력'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택근은 경기 후 "팀 첫 승에 결승타를 기록해 기쁘다. 상대 투수(전병호)가 변화구를 잘 던지는 투수라 변화구 승부를 예상하고 타격에 임한 것이 맞아 떨어졌다. 최근 포수로 자주 출장하면서 타격보다는 수비훈련에 치중하고 있는 게 오히려 마음을 비워 타격에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다"며 "이제 자신감도 생기고 올 시즌 잘 풀릴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까지 1루수 3루수 외야수로 수비에 나가 상대 타자들이 치는 것을 포수와 달리 정면에서 본 것이 지금 포수로서 도움이 되고 있다. 어떤 포지션을 맡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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