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10게임은 지켜봐야 한다".
'그라운드의 여우' 김재박(52) 현대 감독이 천신만고 끝에 4연패에서 탈출했다. 김 감독은 지난 13일 삼성전서 5-1로 승리, 충격의 개막 후 4연패에서 벗어나며 오랫만에 웃음을 찾았다.
김 감독의 시련은 어느 정도 예상된 사태(?)였다. 최근 수 년간 주요 멤버들이 팀을 떠나고 투수진의 주축들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전력이 급격이 약화된 현대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 10년간 현대호를 이끌면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4번씩이나 차지하며 '명장'의 반열에 오른 김 감독으로서도 개막 후 연패에 빠져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이 난국을 '뚝심'으로 버텨낼 작정이다. 다른 구단에 비해 많은 신인과 신예 선수들을 주전으로 발탁해 키워나가면서 전력을 다져나가고 있다. 선발 로테이션에는 좌완 신인투수 장원삼을 과감하게 기용해 '대어'로 키우고 있고 타선에서는 고졸 신인인 유격수 강정호를 밀고 있다. 또 대졸 신인 좌완 이현승을 원포인트릴리프로, 프로 3년차 신예 유한준을 주전 외야수로 기용하고 있다.
이처럼 김 감독은 경험이 있는 중고참 선수들보다도 과감하게 기대주 신인과 신예들을 투입해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베테랑 좌타자 전준호가 유한준에 밀려 백업 멤버로 나오는 것만 봐도 한 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김 감독이 신예들을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는 것이다.
특히 김 감독의 '뚝심'이 돋보이고 있는 장면은 공수에서 아직 어설픈 유격수 강정호를 계속 기용하고 있는 것이다. 강정호는 12일 삼성전서 뼈아픈 실책을 범하며 팀 패배의 빌미를 제공하는 등 수비에서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지만 김 감독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주전으로 투입하고 있다.
김 감독은 강정호에 대해 "(박)진만이도 10년 전 신인 때는 공수에서 다 불안했다. 타율 1할대에 실수도 종종 저질렀다"며 고졸 신인을 내야수비의 핵인 유격수로 기용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내비쳤다. 1996년 현대 창단 멤버였던 박진만도 파격적으로 고졸 신인 유격수로 주전에 발탁돼 꾸준히 기용된 덕분에 오늘날의 세계적인 유격수로 성장했다는 것이 김 감독의 설명이다.
그래서 김 감독은 주위에서 '강정호가 불안하다. 이제 그만 내보내야 하지 않냐'는 의견에도 꿋꿋이 "10게임은 지켜봐야 한다"며 버티고 있는 것이다.
김 감독의 믿음에 보답이라도 하듯 신예 선수들도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며 공수에서 빛을 낼 조짐이다. 13일 삼성전서 3안타 2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팀 승리에 기여한 프로 4년차 이택근과 2타점 적시타를 터트린 유한준 등이 서서히 방망이에 불을 붙이고 있어 전망을 밝히고 있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버틴다는 김 감독의 '뚝심'이 올 시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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