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 영화전문기자]마약세계를 그린 누아르 ‘사생결단’에서 황정민이 30년 묵은 고물 선글라스를 끼고 나섰다. 30년 묵은 레이밴 선글라스다. 연기할 때 “눈빛을 살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선글라스 착용을 극구 사양하던 그가 이번 영화에서 눈을 가린 이유는 뭘까?
범죄자인지, 경찰인지 경계가 애매모호한 악질 형사 역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서다. 60, 70년대 ‘라이방’이라고 불렸던 잠자리 모양의 선글라스는 영화속 경찰같지않은 경찰 도 경장을 표현하기에 최적의 소품이다.
최호 감독의 선글라스 착용 제의를 반대했던 황정민은 “도 경장은 친형 같던 선배 형사를 죽인 마약계 거물 장철을 잡겠다는 집념에 사로잡혀 물불 안가리는 인물이고 그런 캐릭터를 대변하는데 선글라스는 중요한 소품”이라는 설득에 넘어갔다. 이 때부터 두 사람은 길거리 좌판부터 명품샵까지 헤매고 다녔지만 마음에 쏙 드는 선글라스를 찾지못했다.
이 와중에 최 감독과 황정민, 류승범 등 주연 배우들은 부산 뒷골목의 마약 세계를 생생히 증언해줄 실제 마약 전문가를 만났다. 마약 전문가는 황정민의 선글라스 얘기를 듣자 자신이 30년전 마약 세계에 몸담았던 시절 착용했던 레이밴 선글라스를 들고왔고, 그 자리에서 영화 소품으로 낙점을 받았다.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오래된 선글라스에서는 꾸며서는 만들어 낼 수 없는 드라마틱함이 풍겨져 나왔기 때문“이라는게 제작진의 설명. 도 경장이 마약 중독자들에게 돈을 뜯으러 다니거나 범인 검거를 위해 현장을 덮칠 때 걸치는 군용 점퍼 역시 캐릭터의 리얼함을 가장 중요시한 황정민의 고집으로 미군 PX에서 특별히 공수해 왔다.
‘사생결단’은 IMF 직후 마약이 범람한 부산의 뒷골목 얘기를 다룬 기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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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생결단’의 한 장면(MK픽처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