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은 빠른 공격에 있었다.
요미우리 이승엽(30)이 지난 15일자로 센트럴리그 타격 선두에 나섰다. 53타수 22안타로 타율 4할1푼 5리를 기록하며 전날까지 선두에 있던 팀 동료 아베를 제치고 리딩히터가 됐다.
22개의 안타가 만들어진 과정을 보면 올 시즌 가장 달라진 점 하나가 눈에 뜨인다. 바로 빠른 볼카운트에서의 공격이다.
이승엽은 22개의 안타 중 초구, 2구를 공략해서 얻은 것이 10개에 이른다. 절반에 가까운 수치(45.5%)다. 이승엽은 초구를 때려 4개의 안타를 만들어 냈고 볼카운트 0-1에서 5개, 1-0에서 1개의 안타를 만들어 냈다. 얼마나 적극적으로 타격에 임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는 데이터다.
성공률도 단연 높다. 초구 공략은 9번 시도 중 4번의 안타를 만들어 냈고 볼카운트 0-1에서는 8타수 5안타로 가장 높은 성공률을 보였다. 볼카운트 1-0에서는 두 번 공략에서 하나의 안타를 만들어 냈다.
지난해까지 일본에서 2년간 뛰는 동안 이승엽은 적극성 부족이 아쉬움으로 지적되곤 했다. 투스트라이크까지 공략하기 좋은 볼을 그대로 보내기 일쑤였고 투스트라이크 이후로 몰리면 상대가 던지는 유인구에 손이 많이 나갔다.
이승엽이 이렇게 빠른 볼카운트에서 공격이 가능해진 것은 우선 WBC에서 얻은 자신감이 큰 무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 대표팀과 3차례 대결을 통해 홈런 2개를 뽑아내는 등 맹활약을 펼쳤고 일찍 컨디션을 끌어 올린 상황에서 페넌트레이스에 임할 수 있었다.
또 하나는 노려치기다. 이승엽은 한국 시절부터 상대 투수의 투구 패턴을 읽고 이에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하지만 일본에 진출한 뒤에는 상대 배터리의 볼배합에 거꾸로 당하는 일이 많았다.
스스로도 “한국과 다른 것은 알지만 그래도 혹시 하는 마음 때문에 배트가 나가야 할 때는 놓친다”고 안타까워 한 적이 많았다.
이제는 이런 점도 완전히 극복된 모습이다. 이승엽은 15일 경기에서 요코하마 좌완 도이 요시히로를 상대로 2루타 2개 등 3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지난 1일 첫 맞대결에서 3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던 아쉬움을 말끔하게 씻어냈다.
2루타를 만들어 낼 당시의 볼카운트는 모두 0-2였다. 이승엽은 “1회 첫 타석에서는 슬라이더를 노렸고 6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직구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들어온 볼은 슬라이더와 역회전볼. 역회전볼의 궤적은 직구와 다르지만 스피드는 비슷하므로 이승엽으로선 자신의 예측대로 타이밍을 맞출 수 있었던 셈이다.
자신감에다 노려치기까지 해대는 이승엽의 타격 상승세를 아무리 분석에 능한 일본야구라고 해도 당분간은 막아내기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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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위 타자 자리를 바꾼 아베(왼쪽)와 경기 후 덕담을 나누는 이승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