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공급 과열,이대로 괜찮나
OSEN 기자
발행 2006.04.20 09: 06

[OSEN=손남원 영화전문기자]한국영화가 공급 과잉 시대를 맞이했다. 수요보다 공급이 훨씬 많은 시장이다.
올 한햇동안 국내에서 제작될 상업 영화는 대략 100여 편. 예년 평균보다 최소 30여 편이 증가한 숫자다. ‘왕의 남자’가 공전의 1230만명 관객을 동원하는 등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투자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제작사 입장에서야 영화 찍을 돈이 확보되면 언제건 ‘레디 액션’을 외치는 게 당연한 생리. 그러나 국내 영화시장 규모가 제한된 상황에서 마구잡이 영화 편수의 증가는 상당한 문제점들을 드러내고 있다.
첫째는 돈을 댄 투자자나 투자회사가 손실을 입는 경우가 늘어나고, 결국 한국영화 르네상스의 원동력이 될 투자 자본이 영화계를 떠나게 되는 사태다. 지난해 전국 관객은 전년 대비 약 500만 명 가량 증가한 1억3500만 명 수준. 그러나 영화 한편당 관객수는 2004년보다 12.4% 떨어졌다. 제작 편수의 증가가 늘어나는 관객 숫자를 월등히 앞서나가면서 생긴 현상이다.
2000년 이후 꾸준히 성장해 오던 영화산업은 현재 성장률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미 국민 한 명당 1년에 3번꼴로 극장 나들이를 하고 있어 앞으로 급격한 관객 증가는 기대하기 힘들다. 따라서 올해 100여 편 이상 제작되는 한국영화의 투자자들은 수익보다 손해를 볼 확률이 월등히 높다.
이미 지난 연말 개봉된 ‘왕의 남자’와 ‘투사부일체’ 단 두편이 벌써 국내 시장에서 끌어모은 관객이 거의 2000만 명에 달한 사실도 이후 개봉되는 영화들에 큰 부담거리다.
둘째는 배우와 스탭 기근 현상이다. 스타 캐스팅이 하늘에 별따기만큼 힘든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제작 편수가 늘어날수록 조연급 배우를 구하기조차 힘들어지고 있다. ‘주유소 습격사건’처럼 영화 한편에서 이성재, 유오성, 류지태, 강성진, 박영규, 김수로, 정준, 이요원 등 연기력 탄탄한 배우들을 무더기로 구경할수 있던 시절은 벌써 옛일이 된지 오래. 한국영화가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된 계기가 이 시절, 내공을 갖춘 연기자들의 스크린 대거 등장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지금의 토양은 너무 메말랐다.
또 주연급 배우들의 출연료가 기하급수적으로 치솟으면서 생기는 부작용도 만만찮다. 100억 원씩 쏟아붓는 블록버스터가 아닌 다음에야 요즘 한국영화의 편당 제작비는 30~50억 원 정도. 여기서 주연 한 두명에게 큰 몫을 떼어주고나면 조연 캐스팅이나 실제 촬영 비용 등을 줄일 수밖에 없다. 만드는 영화의 품질은 당연히 떨어지고 관객들은 극장에서 발길을 돌리게 된다.
셋째, 촬영장비와 스튜디오 임대가 부쩍 힘들어졌다. 촬영장비 렌탈업체들은 이미 올 여름까지 임대 계약을 모두 마칠 정도로 호황을 누리는 중이고, 남양주종합촬영소 등 제한된 스튜디오 공간은 밀려드는 촬영 요청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와중에 영화 배급사끼리의 불문율도 점차 허물어지는 추세다. 3~4월에만 수십편의 개봉작이 쏟아지면서 같은 날 같은 시간에 VIP, 언론 시사를 피하던 관례가 무너졌다. 서로 피해가고 싶어도 올해는 6~7월 월드컵 특수를 피해야하는 악조건까지 겹치면서 같은 주말에 볼만한 한국영화 3편씩이 동시 개봉하는 사태까지 자주 벌어지고 있다.
‘과유불급’. 최근 한국영화의 과열 분위기는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옛말로 냉수욕을 할 필요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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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680만 관객으로 코미디영화 흥행 기록을 세운 ‘투사부일체’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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